[리뷰] 도서 '선불교의 철학' - 한병철

근래 많은 사람들이 명상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스마트폰을 활용한 명상 앱들도 많이 생겨나고 있으며 최근에는 VR을 활용한 명상 앱 들이 소개되고 있는 만큼 명상에 관심이 있어 하는 사람들이 증가하는 것 같습니다. 사람들이 관심을 갖는 이유는 명상을 통해 스트레스를 줄이고 마음을 훈련 시키며 자신의 내면을 보듬고 명상을 내면의 치유도구로 활용하고자 하는데 있는 것 같습니다.  

명상을 하게 되면 눈에 보이지 않는 효과가 통계로 드러난다고 합니다. ‘브레인미디어’라는 매체에서는 명상의 6가지 효과를 다음과 같이 소개했습니다. “1. 스트레스를 줄인다. 2, 불안감 제어에 도움이 된다. 3. 정서건강에 도움이 된다. 4, 집중 시간을 개선한다. 5. 기억력을 개선한다. 6. 수면의 질을 개선한다.” 그러한 효과 때문인지 2007년 미국의 정부 조사에 따르면 한 해 2천만명의 사람들이 명상을 해봤다고 이야기하고 있었으며 명상으로 인한 뇌파의 변화와 이로 인한 신체적 증상에 대한 논문도 지금까지 꾸준히 발표된다고 합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카이스트에서 2017년 4차산업 혁명을 주도할 연구로 ‘명상’을 선정하여 ‘명상과학연구소’를 설립한다고 밝혔습니다. KAIST, '명상과학연구소' 추진…"4차산업혁명 주도" (news1.kr)

많은 사람들이 명상에 관심을 가지고 직접 해보는 이유는 피로한 사회 생활과 그로부터 발생되는 내면의 상처를 돌보기 위함에서 관심이 생겼다고 개인적으로는 생각됩니다. 예전에는 기존 종교가 상처받은 개인을 신의 교리와 공동체 모임을 통해 내면의 상처를 보듬고 마음의 위안을 얻게 하였으며 그 과정에서 사람들이 종교를 갖게 되었지만 최근에는 공동체 안에서 자신의 기대와 다른 현실을 겪고 실망하게 됨으로 종교를 떠나게 되는 것 같습니다. 모이는데 힘쓰고 이웃사랑을 실천하며 신에 대한 믿음을 바탕으로 공동체를 형성하고 자신을 그 공동체 안에 머물게 하여 신을 내면으로 받아들이며 ‘세상’을 경계한다는 종교의 특성이 이제는 폐쇄적이고 일방적인 자기개방을 요구하며 폭력에 가까운 언어와 지시를 쏟아낸다는 점에서 사람들이 ‘신의 이름을 빌려 강요’하는 종교로 인식하게 되면서 떠나거나 외면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종교 대부분은 그 수가 감소하고 있습니다. 특히 기독교의 경우 2019년 예장 합동 제104회 총회보고서에서 교인의 감소 수가 많아졌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으며 문제 원인을 인구 감소와 교회 내의 내분, 각종 사회, 정치적 사건에 연루된 재판에 따른 실망감을 원인으로 보고 있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많은 사람들이 명상에 관심을 갖게 된 점은 종교와 무관하다고 볼 수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명상 인구가 많아 지게 된다면 심도 깊은 수련을 위해 종교를 찾게 되고 이 과정에서 ‘선불교’가 기존 종교의 대안으로 떠오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의 과정에서 알아보고자 ‘선불교의 철학’이라는 책을 구매하여 읽게 되었습니다.

선불교의 '선'의 의미는 “마음을 가다듬고 정신을 통일하여 깨달음의 경지에 도달하게 하는 불교 수행법”입니다. 선불교는 명상을 중심으로 하는 ‘대승불교’이고 ‘보리달마’에 의해 전승되었습니다. 독일 베를린 예술대학교에서 교수로 재직했던 ‘한병철’교수의 책 ’선불교의 철학’은 그의 서문을 통해 ‘상상의 책’이라는 소개를 해주고 있습니다. P9 “선불교 수행이 추구하는 존재 경험 혹은 의식 경험은 개념의 말로 완전하게 담을 수 없다.” 이 책에는 ‘하이쿠’가 등장하는데 일본 서정시인 ‘하이쿠’의 짧은 글을 통해 사람들은 서사시를 보려는것 처럼 책을 통해 선불교의 특정한 말과 의미를 가상의 대화로 풀어가며 동, 서양의 선승과 철학자의 대화를 통해 통찰해 가는 여정의 ‘방랑기’이고, 초월의 ‘깨달음’이 없는 ‘비어’ 있는 책이며, 모든 방향으로부터 자유로워 경계가 제거된 ‘빈 터’이고 흐르는 산과 물이 ‘나’를 향해 오는 경관을 보며, 태연하게 되고, 태고의 ‘미소’를 보게 하는 책입니다. 옮긴이는 이를 여섯 개념으로 분류하였고 각각은 “무, 공, 무아, 무주, 입적, 자비의 개념으로 설명하였고 책의 목차는 이를 “신 없는 종교, 비어 있음, 아무도 아닌 자, 어디에도 거주하지 않음, 죽음, 친절” 의 제목으로 설명하였습니다.

책의 특징 중 본문 중간에 짧은 ‘하이쿠’ 시가 있습니다. 이 시는 선불교를 보여주기 위한 액자 역할을 합니다.

P27 “겨울비가 내립니다.
쥐 한 마리가 달립니다.
만돌린의 현들 위로.”

본문에서 말하는 것처럼 하이쿠의 시들은 담백함이 있습니다. 하이쿠의 ‘담백함’이란 그 글 속에 욕심이 없기 때문이며 운율적 음악 요소가 없기에 읽게 되면 강력하게 다가옵니다. 이러한 ‘담백함’이 ‘하이쿠’ 시들을 짧지만 깊이 있게 만들어 주는 것 같습니다.

액자의 ‘하이쿠’의 역할이 선불교의 그림을 보여주는 역할이라고 했습니다. 시에 앞서거니 뒤서거니 설명하고 있는 선불교의 그림이 모습을 드러내게 됩니다. P28~P29 “선불교는 신을 모릅니다. 그렇기에 자유롭습니다. “기도하고”, “춤추고”, “노래하고” 혹은 “경외감에 사로잡혀 무릎을 꿇을” 수 있기 위해 필요한 신과의 대면을 선불교는 모릅니다.”

책에서 소개되는 ‘하이쿠’의 역할을 설명하고 본 그림을 보여주는 ‘선불교’의 통찰을 이야기했지만 독서를 하면서 ‘선불교’ 통찰의 의미가 다소 어렵게 다가와 이해가 쉽지는 않습니다. 이유 없이 있다가도 없고 없다가도 있는 그 존재 방식은 양자역학의 난해함을 이해하는 것 같이 어렵지만 신과의 대면을 모르는 선불교의 ‘일상정신’은 무릎을 꿇지 않는 태도에서 ‘자유’를 말한다는 점과 이러한 자유로움에서 주체의 경계가 지워지고 그 경계의 영역이 없어지면서 초월적 셰계가 없어지고 깨달음을 통해 깨어남을 생각한다는 점에서 이 택만이 가지고 있는 고유의 독창성을 보여주는 대목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책에서는 서양의 철학자들이 등장합니다. 플라톤, 헤겔, 라이프니츠, 하이데거등 이들의 사상이 선불교와 충돌하는 장면이 제법 흥미진진하게 읽힙니다. P144 “하이데거가 말하는 ‘죽음을 향한 존재”도 영웅주의의 지배를 받습니다“ P147”오히려 선불교는 죽음에 대해 태연한 태도를 취합니다. 영웅주의와 욕구로부터 자유로운 태연함은 유한성을 거슬러 일하지 않고, 마치 유한성과 보조를 맞추는 것 같습니다.” 동, 서양간 사상의 대화는 서로 무엇이 더 낫다는 의미가 아니라는 옮긴이의 말처럼 다양한 철학자의 사상을 선불교의 사상과 비교하게 되면서 독자로 하여금 생각의 영역을 더 넓혀 주고 있다는 점에서 독서 경험을 더 특별하게 해주는 것 같습니다.

‘선불교의 철학’은 읽기 쉬운 책은 아닙니다. 196P 분량의 얇은 책이지만 그 안에 들어 있는 내용들이 ‘나’ 스며 들게 하기 위해선 여러 번이고 읽어야 할 내용들이 많이 있습니다. 예로 첫 번째 본문부터 시작되는 ‘신 없는 종교’라는 제목의 도발적인 내용도 사전 지식없이 받아들이게 될 경우 난해함만이 가득 차게 되는 책입니다. 하지만 객점에서 바라보는 달처럼, 달빛에 비추는 물가에 물새의 부리가 스치는 장면을 바라보는 것처럼 훈훈한 장면들이 책을 통해 느껴지고 완독할 때쯤 석가의 미소를 떠올리게 합니다.

‘선불교의 철학’ 독서를 하면서 이해가 어려운 부분은 여러 번 읽게 되었습니다. 책을 읽으면서 신이 없는 종교가 있다는 것과 초월적인 세계 없이 자신의 내면을 비우고 채우고 스며들게 한다는 추상적인 의미들, 불교관련 영상이나 서적을 볼 때 이해할 수 없는 선승들의 대화가 액자의 그림처럼 보여 지게 되는 것을 순간 알게 되었습니다. 선불교에 관심이 있고 기존 종교에 회의를 느끼거나 명상에 관심이 있고 불교에 관심이 있는 모든 분들이 읽어보기에 좋은 책이기에 추천 드립니다.



January 24, 2021 at 07:00P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