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전자기기 아이패드 프로 4세대 11인치 + 매직키보드 사용기


  1. 에어4를 선택하지 않은 이유

에어4가 발표되기 약 2주 전, 2년 정도 쓴 아이패드 프로 10.5를 처분했습니다. 에어4가 발표되는 것을 보고 에어4나 프로 4세대로의 기변을 결정하려고 했죠. 발표 전날, 에어4에 120Hz가 빠지는 것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60Hz로의 다운그레이드를 수용할 수 있을지 미리 알아보기 위해 애플 매장을 방문했습니다. 

프로 10.5를 팔고 어떤 120Hz 화면도 안 본 지 2주가 지났는데도, 60Hz 화면을 보고 대번에 부드럽지 못하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평소에 같이 쓰는 4K 모니터나 아이폰은 괜찮은데, 아이패드는 오랫동안 적응이 돼서 그런지, 화면크기와 애니메이션 특성 때문인지 60Hz가 유난히 거슬려요.

매장에서 이미 70% 정도 프로 4세대로 마음이 기울었습니다. 다음날 새벽 예정대로 에어4가 공개되었고, 주사율 뿐만 아니라 꽤 많은 차이가 있다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화면 주사율/밝기: 60Hz/500nits v. 120Hz/600nits

스피커: 듀얼 v. 쿼드

램/기본용량: 4GB/64GB v. 6GB/128GB

인증방식: Touch ID v. Face ID


물론 가격을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는데요, 에어4의 교육할인 적용가는 71.5만원, 프로 4세대는 96.5만원이지만, 프로 4세대는 이미 유통되고 있는 제품인 만큼 미개봉 중고로 90만원에 구할 수 있다고 봤습니다. 더 부드럽고 밝고 (아주)조금 더 큰 화면에, 빵빵한 스피커, 1.5배의 램과 2배의 저장용량, 편리한 인증방식까지 18.5만원이면 괜찮은 딜이라고 봤고 프로 4세대를 구하기로 했습니다.

다음날 오전, 운 좋게 90만원짜리 미개봉 매물을 잡았고 36만원에 매직키보드도 구매했습니다. 매직키보드가 있으면 아이패드를 어느 정도 노트북 용도로 쓸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가지고 구매했는데 옳은 판단이었습니다. 이에 대해서는 후술하겠습니다.


2. 프로 4세대 본체

프로 4세대 자체는 전에 쓰던 프로 10.5에 비해 엄청난 진보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물론 디자인은 훨씬 세련됐고, 0.5인치가 가로로 길어져서 보기가 좋고, 향상된 성능이나 늘어난 램 용량도 어느 정도는 체감이 됩니다. 마스크를 쓰지 않았을 때 Face ID는 Touch ID보다 훨씬 편하고요. 

그러나 프로 10.5도 여전히 빠릿하고, 120Hz 화면과 쿼드스피커를 갖추었으며, 마스크를 썼을 때는 Touch ID가 오히려 편합니다. 이어폰 단자가 있어서 좋았고, 배터리도 오래 갔으며, 스피커도 조금 더 좋았던 것 같습니다.(배터리는 프로 4세대를 매직 키보드와 써서 더 빨리 다는 것도 있을 것이고, 스피커는 옆에 두고 비교해 본 것은 아니라서 확실하지 않습니다.)

USB-C는 아이폰 라이트닝과 호환이 안 된다는 것 빼고는 좋습니다. USB-A 어댑터를 연결해서 아이폰, 무선이어폰을 충전하거나 저장장치나 기타 주변기기를 연결할 수 있고, 기본 18W 충전기도 12W에 비해 생각보다 엄청 빠르네요.

몇 가지 개선과 몇 가지 개악이 있지만, 어쨌든 프로 10.5는 화이트스팟과 터치씹힘이라는 고질병 때문에 더 오래 가져가고 싶지 않았고, 결과적으로 4세대가 주는 만족도는 본체 자체보다 매직키보드 덕분에 10.5에 비해 훨씬 큽니다.


3. 매직키보드

작년까지 엘지 그램을 쓰다가 필요가 없어져서 팔았는데, 노트북이 없으니 뭔가 아쉬운 상황들이 생겼습니다. 그래서 프로 10.5를 노트북처럼 쓸 수 있게 만들어주는 액세서리나 다른 태블릿도 고려했었습니다. 그런데 프로 4세대와 매직키보드를 제외하고는 어떤 제품도 다음의 조건들을 충족하지 못했습니다.


(1) 태블릿으로서 가볍고, UI가 편해야 한다.

(2) lapable해야 한다: 노트북처럼 무릎에 올려놓고 트랙패드와 키보드를 편하게 쓸 수 있어야 한다.

(3) 태블릿 모드와 노트북 모드 간의 전환이 쉽고 빨라야 한다.


조건 (2)의 경우, 태블릿과 노트북의 중간적인 포지션에 있는 서피스 같은 제품들이나, 로지텍의 아이패드용 트랙패드+키보드 케이스 Combo Touch의 경우 킥스탠드를 통해 노트북 흉내를 내는데, 킥스탠드는 그 구조상 안정적으로 lapable하지 않다는 한계를 가지고 있습니다. 매직키보드는 견고한 힌지를 통해 이 부분을 해결합니다. 물론 게 배분이 노트북처럼 고르지 않고 뒤쪽에 치우쳐 있으며, 화면 각도가 그렇게 자유롭지는 않다는 한계가 있습니다만 노트북처럼 쓰기에 무리가 없습니다.

자석으로 결합하는 만큼 탈착하기도 쉽습니다. 태블릿으로 쓰다가 트랙패드나 키보드가 필요하거나 무릎에 올려놓고 쓸 상황이 되면 그냥 갖다 붙이면 되고, 반대의 상황에서 떼는 것도 간편합니다. 로지텍 Combo Touch의 경우 키보드를 떼는 건 쉽지만 케이스를 벗기는 것은 그렇지 않습니다. 

케이스와 거치대 역할도 하게 됩니다. 화면이 떠 있는 만큼 책상에 놓고 볼 때 눈에 좀 더 가까워서 좋고요, 화면 각도 중에 90도가 생각보다 유용한데, 옆으로 누워서 상체를 살짝 든 채 웹서핑을 하거나(가로 거치), 완전히 옆으로 누워서 동영상을 볼 때(세로 거치, 특히 벽이 없는 경우) 적절한 각도입니다.

트랙패드와 키보드는 맥북의 그것과 비슷하게 훌륭하고요, 펑션키가 없는 게 흠인데 아이패드 면적에 트랙패드와 키보드를 욱여넣은 현재 디자인에 펑션키 열이 더해지면 아이패드 하단과 간섭이 생길 것 같긴 합니다. 간섭이 좀 있어도 펑션키가 있는 게 훨씬 편할 텐데, 어쨌든 펑션키가 없으면 없는대로 화면밝기, 음량, 키보드 백라이트 조절, 미디어 컨트롤 등을 키보드만으로 할 수 있는 옵션을 제공해야 한다고 봅니다.

매직키보드를 여는 건 노트북처럼 쉽지는 않고 두 손을 필요로 하는데 적응이 돼서 그렇게 불편하진 않아요. 충전만 가능한 USB-C 포트가 매직키보드 힌지 왼쪽에 있어서 케이블도 덜 걸리적거리고, 충전 중에도 아이패드 본체의 USB-C 포트를 자유롭게 쓸 수가 있습니다.


4. 결론

저도 처음 매직키보드가 나왔을 때 가격을 보고 정말 너무한다고 생각을 했지만, 아이패드에 케이스, 거치대, 트랙패드, 키보드, 추가포트를 더하고 궁극적으로 노트북으로서의 사용성을 부여한다는 점에서 어느 정도는 합리화가 가능하다는 생각을 합니다. 물론 가격이 20만원대 후반 정도면 좋았겠지만 쓰면 쓸 수록 대안이 없다는 생각이 들고, 아이패드와 합해 126만원에 태블릿/노트북 하이브리드를 샀다고 보면 그리 비싼 것도 아니지 않나 싶습니다.

태블릿과 노트북이 필요하거나 두 개 들고 다니던 것을 하나만 들고 다니고 싶은데, 노트북의 운영체제가 윈도우10이나 맥OS가 아니어도 되는 분들은 프로 4세대와 매직키보드 조합을 고려해 보시기 바랍니다.




September 30, 2020 at 10:23P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