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중순부터 증상 시작; 당시 영국은 방역을 완전 포기하고, 그냥 '개개인이 발열 또는 마른기침이 있으면 알아서 7일 격리'가 유일한 지침이였습니다. 죽을것 같은 상황 아니면 동네의원은 물론 어떠한 종류의 의료기관, 약국 포함 모두 방문금지. 유일한 의료서비스는 jot도 도움 안되는 NHS 111 온라인 자가설문 웹사이트가 전부.
[1주차]
격리 시작하기 며칠 전부터 미약한 가슴/등 통증과 (그냥 자세나쁠때 쑤시는 정도; 원래 허리가 좀 안좋아서 대수롭지 않게 여김) 오후에 이상하게 급격히 피로해졌다가, 조퇴해야하나 고민하면서 한시간쯤 지나면 거짓말처럼 나아지더군요.
그런데 결국 주 중반에 아침에 일어났는데 열감이 엄청납니다 (체온계 없었음; 전부 매진이라 구하지도 못함). 자가격리 시작하기로 결정하고 회사에 보고. 일주일 내내 반나절 단위로 고열이 몰려왔다가, 반나절 지나면 또 멀쩡해지고, 다시 반나절 단위로 고열이 오고 그럽니다. 체감상 아마 39~40도 넘기지 않았을까 싶어요. 그래도 파라세타몰 먹으면 별 문제없이 견딜만합니다. 그때까진 말이죠...
후각은 그냥 약간 둔해진 정도; 식사가 더럽게 맛없게 느껴지긴 하지만, 그래도 다 얼추 냄새 맡는건 가능. 아, 그리고 권태감을 넘어서 전신 피로도는 지속적으로 오집니다. 그래도 파라세타몰 풀용량으로 먹으면 괜찮아요. 클량도 열심히 하고... 법정병가 쓰기 싫어서 내 연차로 이틀 쉬고 하루이틀 일하고 이런 패턴...
[2주차]
발열 피크치는 체감상 조금씩 줄어드는 느낌. 그런데 대신 근육통증이 중간중간 웨이브가 치더군요? 그래도 뭐 천천히 낫나? 싶고, 파라세타몰 복용량도 점점 줄여가는데...
갑자기 주 중반쯤에 맑은콧물 잠깐 나오면서 급작한 재채기가 몇번씩 나옵니다. 코가 막히거나 상기도 감염은 전혀 없어요. 그냥 뜬금없이 맑은콧물 부왁 나오면서 (코피인줄...) 재채기... 한 하루이틀 그러더니, 후각과 미각을 완전히 잃었습니다. 완.전.히.
청소 락스냄새도 안 나고요, 어떠한 음식 음료 냄새도 안 나고요. 맛도 전혀 아무것도 안느껴지고요. 샴푸 바디워시 화장품 향수 냄새도 전혀 안 납니다. 그냥 완전히 잃은거에요. 그런데 투병 내내 한번도 코가 막히거나 상기도 감염이 있거나 한 적이 없습니다. 코는 멀쩡히 뚤린 상태로, 후각/미각상실은 5주차까지 계속됩니다.
그리고 '회사에 다음주쯤 완전 복귀해야겠다' 라고 생각할 즈음...
2주차 마지막날 밤에 엄청난 고열에 통증과 식은땀에 푹 젖어 잠에서 깹니다. 너무 푹 젖어서 처음엔 오줌싼줄 알았습니다. 파라세타몰 완전 아슬아슬한 복용량으로 때려박아서 겨우 버티고, 다음날 회사에 아예 일주일 법정병가 쓰겠다고 보고합니다.
[3주차]
영국 법정병가. Statutory Sick Pay, 줄여서 SSP 라고 합니다. 사람 갈아대기의 원조, 산업혁명의 본고장 영국 답게... 정부에서 일주일에 95.85 파운드 줍니다. 네. 95.85 파.운.드. 95만원이 아니라 95 파운드입니다. 일주일에 십오만원 꼴랑 주는거에요 =_=;;; 런던에서는 식비도 시켜먹으면 저거보다는 많이나옵니다. slalfjf....
이거 쓰기 싫어서 제 연차 조금씩 써가면서 버텼는데... 2주차 마지막날 겪은 고열이 너무 심해서... 혹시나 또 그런 고열이 오면 병원에 가야할듯 싶어 어쩔 수 없이 회사에 보고합니다. 그리고 '고열 또 없어도 일주일 쉬면서 확실하게 회복해야지~' 라는 생각으로 말이죠...
그리고 첫 며칠은 거짓말처럼 싹 나은듯한 기분이 듭니다. 여전히 밤에는 잠을 좀 설치고 식은땀이 좀 젖은것으로 보아, 아마 발열패턴이 하루단위에 밤시간대로 넘어간듯 하나, 그래도 뭐 자다 깨서 파라세타몰 안먹으면 못 자는 상황은 아니니까. 아 그래 뭐 마지막에 한번 빡세게 아프고 싹 나았나보다 생각했죠. 사실 이틀 내내 깨있을때 전혀 발열감 없어서, 셋째날에는 집 앞 마트에 간단히 장 보러 나갔다도 왔어요. 18일 정도 격리했고, 48~72시간 발열감 없었으니 완치라고 생각할법도 하잖아요?
장 보고 온 다음날, 오후에 갑자기 숨이 빨라집니다. 개인적인 서류 몇가지 정리하느라 스트레스 살짝 받은 상태였는데, 끝내고 침대에 누웠는데도 계속 숨이 헉헉헉헉 들어가요. 그리고 가슴 전체적으로 답답한 느낌이 듭니다. 막 심장마비 같은 증상에서 표현하는 심각한 뻣뻣함은 아닌데, 그래도 비정상적으로 싹 다 답답해요.
한시간 정도 누워 쉬면서 보니까 살짝 잦아들기는 하는데, 완전히 나아지지는 않더군요. 그래서 111 전화를 겁니다. 코로나 사태 이후로 111조차 전화하지 말고 온라인 서비스만 쓰라고 하는데, 그래도 일단 뭔가 좀 심각한거 같아서 전화를 겁니다.
온라인 자가진단 사이트에서,
'아무것도 안 하고 있을때 숨이 힘들거나 빠릅니까? 예를 들어, 헐떡이는것 같은 증상' 이라는 질문을 네 라고 대답하면,
'지금 한시간동안 숨쉬기가 어떻습니까?' 라는 질문에
[조금 나아짐] [더 심해짐] [그대로] [잘 모르겠음]
이렇게 네가지 대답이 있습니다.
웃긴게, 이 시점에는 [더 심해짐] 이라는 대답에만 999 부르라는 페이지가 뜹니다. 나머지 세가지 대답은 모두 '그냥 집에 계세요' 라고 =_=;;; 이미 몇주째 격리중이라고 날짜 적어넣어도 단호박입니다. 걍 집에 있으래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근데 아무래도 삼주씩이나 격리했는데 호흡곤란 왔으니 111 전화를 걸기로 합니다.
아, 111이 뭔지 설명을 해야겠네요. 영국의 의료 응급전화는 두가지가 있습니다. 앰뷸런스를 부르는 999, 그리고 비응급 의료상담 번호인 111이 있습니다. 그런데 코로나 사태 이후로는 111은 사실상 코로나 상담 번호로 쓰이고 있고, 그것도 온라인 111 자가진단 사이트를 사용하고, 전화는 인터넷을 쓸 수 없는 상황에서만 걸라고 합니다.
하여튼... 111 전화를 겁니다. 우편번호와 개인정보 동의 후, 제 상황을 설명합니다. 상세하게 며칠째 격리중이고, 오늘 오후부터 호흡곤란이 오기 시작했다. 살짝 나아지긴 했으나 여전히 헐떡이는 증상이 있다.
그랬더니 일단 질문을 물어보겠대요. ㅇㅋ 하니까... 온라인 자가진단지 질문을 그대로 읊습니다. 하아... 속으로 한숨이 나오는걸 참고 그래도 일단 삼십분 내내 폰 붙들고 그거 다 대답해줍니다.
그랬더니... '너 코로나 증상이 있어. 이말은 너와 너의 가족들은 격리를 해야한다는 얘기야. 앞으로 7일동안 격리하고, 하루 운동 한번을 제외하면 절대 어떤 이유로도 집 밖을 나가서도 안되며... 어쩌구저쩌구...' 라고 교과서 읽듯이 자가격리 조항을 읊어주는군요;;;
네. 그렇습니다. 인터넷 못쓰는 사람만 111 전화하라고 한게, 진짜로 인터넷 자가진단지 그냥 대신 눌러주는 역할이였던 겁니다 =_=;;; 그냥 중부지역 어디 콜센터에서 완전 비전문가가 아무나 고용해서 인터넷 버튼 눌러주는 거에요 =_=;;;;
아니 거의 한시간을 앉아있었는데? 처음 전화 받았을때 코로나 추정으로 3주째 격리중이고 호흡곤란 왔다고도 대답했는데? 너무 빡쳐서 따지듯이 막 상세한 증상을 이야기하면서 아니 그럼 내가 지금 3주째인데 그럼 그냥 여기서 더 계속 세월아 네월아, 죽기 일보직전만 아니면 영원히 격리하라는 얘기냐? 병원 진료를 봐야하는 상황 아니냐? 그랬더니...
규정이 그렇대요 =_=;;; 맥이 팍 빠져서... 걍 전화 끊습니다. 걍 잤어요. 다행이도 죽지 않고 그 다음날 깨어났고, 헐떡이는건 없어지고 그냥 가슴 답답함만 계속 남더군요.
[4주차]
다행이 호흡곤란은 다시 안 옵니다 (가슴은 계속 답답). 발열도 거의 없어서, 파라세타몰도 안먹고 견딜만 하더군요. 다만, 살짝 열감은 계속 있는지라... 회사 일은 복귀하지만 자가격리는 계속합니다.
그런데 전신에 약한 염증반응 같은 느낌이 계속 듭니다. 손발 가볍게 자꾸 붓고요, 평상시 좀 약하던 부위, 중이염이라던가 전립선염 같은 느낌. 심하지는 않지만 약하게 없어지지를 않아요. 오줌도 나오기는 하지만 건강할때처럼 콸콸콸이 안 됩니다.
[5주차]
여전히 꾸준히 약한 열감, 다만 컨디션은 꽤나 회복. 따듯한 물 샤워도 10분정도는 견딜 만 합니다 (그전까지는 열감 너무 심해서 4주내내 찬물샤워만 함) 5주차 말에는 이틀정도 잠도 안깨고 산뜻하게 잤어요. 그리고 5주차 마지막날에 드디어 아마존에서 브라운 귀 체온계를 구하는데 성공합니다.
가벼운 전신 염증반응은 계속됩니다.
[6주차]
여전히 미약한 열감. 두어시간마다 계속 체온을 기록하는데, 아침에도 37도 밑으로 떨어지는 경우는 거의 없고, 오후에는 37.8 바로 밑에까지 올라갑니다. 여전히 파라세타몰 안 먹어도 될만큼 견딜만 하긴 한데... 근데 하루하루 약간씩 체온 추이가 올라가는듯 싶더니...
6주차 넷째날, 체온 37.9도 찍고, 가슴 답답함이 확 심해지더니, 숨이 반절밖에 안들어갑니다. 헉헉대거나 그런 증상도 없고, 그냥 가벼운 숨은 아무 문제없이 되는데, 깊게 들이마시면 딱 절반쯤에서 팍 막혀요. 아픈것도 아니고 그냥 둔탁하게 탁 막힙니다.
온라인 자가진단지를 다시 해 봅니다. 얘네도 사람들 매일 800 900명씩 죽다 보니까 데이터가 쌓이는지 자가진단지 패턴을 계속 조금씩 바꾸더군요. 네. 일일 사망자가 800 900 입니다. 확진자가 아니라요.
어쨌든 자가진단지 패턴과 대답이 좀 달라졌네요.
최근 한시간 내 호흡 관련 질문에서 [그대로] (여전히 호흡곤란) 이라고 대답하면,
'111에 전화해서 반드시 간호사와 통화하시기 바랍니다. 오래 걸리더라도 꼭 기다려서 통화 후 적절한 의료 지원을 받아야 합니다'
라고 뜨더군요.
그래... 니네도 감염된 의료진 집에가서 쉬다가 바로 다음날 죽는거 보니까 좀 아니다 싶지? 에휴... 라고 생각하며 전화를 겁니다.
중부 악센트가 찐한 발랄한 아가씨 상담원이 전화를 받는군요. 이번에는 미리 준비를 좀 하고 전화를 걸었죠. 애초에 비전문가 상담원이 받을걸 예상하고, 걍 온라인 자가진단지 대답을 전부 미리 적어놨어요. 빨리빨리 넘길 수 있게. 그리고 나니 그 상담원 모니터에도 '간호사 연결' 이라고 뜨고, 추가적으로 몇몇 정보를 받아적은 뒤, 연결이 오래걸려도 꼭 기다려달라고 하더군요.
아주 그지같은 배경음악을 한 삼십분쯤 들으니... 전문가 냄새가 나는 여자가 전화를 연결합니다. 뒤에 배경음이 북적북적해요. 아, 드디어 간호사구나! 싶어 제 증상을 설명합니다. 격리는 6주 전부터 했고, 삼주 전에 호흡곤란이 왔었는데 나아졌지만 여전히 체온은 항상 37도 이상이고, 오늘 다시 호흡곤란이 왔는데 살짝 다른타입의 호흡곤란이 왔다, 주절주절 이야기합니다.
그랬더니 자가진단지에 있던 질문 몇가지를 다시해요. 그래도 뭔가 제가 설명한 증상에 대해서도 중간중간 되물어보면서 체크를 하긴 하던데, 그러다 말고 중간에 자가진단지 질문을 읊고...
알고 보니까 이 여자는 간호사가 아니라, 의료 교육을 좀 받은 전문 상담원이에요. 아마 정식 의료진은 아닐듯한... 하여튼, 뭔가 실망스러우면서도 이상한 기분으로 또 삼십분 정도 얘기하고 나니, 이제서야 코로나 전문 간호사 연결해 준대요.
간호사가 6시간 안에 저한테 전화를 걸거라는데... 저 일 마치고 나서 전화걸었거든요? 그 시점이면... 새벽 2시까지 기다리라는 말입니까? 저 자가격리 하는 동안 늘 8시면 잤거든요. 잠 충분히 자려고... 근데 6시간 기다리래요. 그래도 다행이 한시간만에 연락오긴 했습니다.
전화를 받았는데, 간호사 목소리가 한달 내내 야근한 사람 목소리입니다. 게다가 계속 콜록콜록... 목소리만 들으면 제가 아니라 그 간호사가 입원해야 할 것 같아요. 뭐, 어쨌든 증상을 설명합니다. 병원은 확실히 가야 할 것 같대요. 그래서 아무 대형병원만 가면 되냐, 아니면 코로나 지정병원이 있냐? 물어보니까, 응급실 있는 대형병원은 모두 코로나 대응중이고, 딱히 예약 없이 그냥 응급실 walk-in 하면 된대요.
그리고선 병원을 찾아주는데... 이런. 제 집에서 제일 가까운데는 Royal London 병원밖에 없네요. 꽤 멀어요. 코로나 의심자이니 대중교통이나 우버는 안되고, 아픈 사람이 걸어가기는 좀 먼 거리라서... 가족이나 친구가 차를 태워다줄수 있냐는데, 작년에 영국 와서 혼자사는 사람이 그런게 어딨어요.
서로 머리 싸매고 고민하다가... 제가 '그냥 엄청 천천히 걸어가 볼까?' 라고 했더니 처음에는 절대 그러지 말라고 하다가... 나중에는 결국 어쩔 수 없다면서, '아주 조심해서 천천히 가고, 가다가 조금이라도 호흡에 문제생기면 바로 거기서 999 전화해' 라고 타협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리고 6주 격리 했으면 자가격리는 풀어도 될 것 같대요. 지금 증상은 2차감염일 가능성이 큰데다가, 몇주 이상 지나면 감염력은 없을것 같대요. 검사도 안해주고 뭔 근거로 감염력이 없다는지는 모르겠지만, 뭐 일단 의료진이 그렇다니까 그냥 받아들이기로 합니다.
일단 그날은 그냥 잤어요. 죽을 것 같진 않아서.
다음날 아침, 기상후에는 꽤 그럭저럭 멀쩡합니다. 여전히 숨이 잘 안들어가기는 하는데... 비도 오고 그래서 솔직히 병원 가기 귀찮아요. 일단은 일을 시작하기로 합니다. 샤워하고 아침먹고 일하려고 책상에 딱 앉았어요.
그런데 삼십분쯤 지나니까, 열이 38.5까지 팍 치솟으면서 호흡 엄청 안들어갑니다. 심박수가 엄청 빨라지고요, 입술도 살짝 파래져요. 헐 ㅆㅂ... 싶어서, 앰뷸런스 부를 준비 합니다. 일단 외출복은 입고 간단한 짐을 챙겨야 하니까...
근데 옷 입고 나니까 또... 살짝 잦아드네요. 열이 더 올라가지는 않아요. 고민이 됩니다. 과연 내가 귀중한 응급차 자원을 소비할만큼 위급한 상황인가? 파라세타몰 한알 먹고 가면 견딜수는 있을 것 같은데?
그래서 걸어가기로 합니다 =_=;;;
[Royal London 병원]
빠른걸음으로 가면 삼십분이면 갈 거리를, 노인네처럼 천천히 걷다가 오분 쉬고 하다 보니... 한시간이 넘게 걸렸습니다. 숨을 반만 쉬니까 그런것도 있는데, 그거보다 일단 방안에서 자가격리를 빡세게 6주 한 상태거든요 =_=;;;; 진짜 병약한 노인급 상태...
그래도 부슬비 오니까 공기는 참 맑고 좋더군요. 비오고 아침일찍이라 사람도 없고... Royal London 병원 주변이 꽤나 우범지대 인듯 한데, 락다운도 락다운이고 비오고 하니까 이럴때 아니면 언제 이동네 구경해보냐 하는 생각으로 천천히 갑니다.
병원에 도착하니까 은근히 컨디션이 꽤 좋아요. 여전히 숨은 반만 들어가긴 하는데, 열감이 싹 가셨어요. 6주만에 맑은 공기 마시면서 운동을 해서 그런 걸까요 =_=;;;
은근히 한가한 분위기의 응급실에서 접수를 하고, 한 십분정도 대기했다가, 간호사 진료실에서 일단 체크를 해요. 간호사는 그냥 장갑 고글 마스크만 썼지, 방호복 같은거 안입었어요. 대기실에 소독하는 사람도 없고... 지금 코로나로 사람이 매일 500 600씩 죽는 동네가 맞나 싶어요.
체온은 37.5, 정상이래요 =_=;;; 37.8 안넘으면 그냥 무조건 정상이래요;;; 숨은 여전히 반에서 턱 막히는데, 산소포화도는 96% 아주 정상이에요 =_=;;; 근데 심박수가 130에서 안떨어져요. 접수랑 대기 합치면 거의 삼십분 계속 쉰 상태인데도 계속 심박수가 120 140 왔다갔다해요. 근데 또 혈압은 정상이에요.
몇군데 전화를 하더니, 이건 Urgent Care 부서로 가래요. Walk-In Centre랑 같은 개념인 곳입니다. 그냥 일반적인 간단한 진료, 그러니까 원래 동네 GP (주치의 같은 개념의 일반의) 정도의 서비스를 제공하는데, GP에 등록이 안 되어있는 사람들이 방문하는 곳이에요.
Urgent Care에 가니까, 여긴 좀 코로나 사태 느낌이 나요. 입구에서부터 앞치마랑 팔토시까지는 갖춘 사람이 체온을 재고, 동선과 거리지키기 표시를 바닥에 여기저기 해놨어요. 접수직원들도 마스크랑 바이저 쓰고 있고요.
또 좀 기다려서 드디어 의사를 보고 증상을 설명해요. 근데 체온도 37.6이니까 정상이고, 산소포화도도 일단은 95% 이상이니까 정상이래요. 숨소리도 청진기로 대봐도 별 이상징후 안들린다고... 심박수 계속 130인건 좀 이상하니까 ECG (심전도검사)는 찍어보겠대요.
아니 지금 숨이 반밖에 안들어간다는데! 지금 얘기하는 내내 숨차서 몇마디 하다말고 숨쉬고 몇마디 하다말고 숨쉬고 그러는데! 엑스레이라도 찍어봐야 하는거 아니냐! 이렇게 애원하니까... 전화를 해보겠대요. 그러더니 어쩌구저쩌구 통화 후에 저한테 하는 소리가... 코로나 병동 팀장? 의사가 이정도 경증으로는 엑스레이 찍을필요 없다고 거부했대요. 자기도 혹시 몰라서 찍어보고 싶은데, 자기 권한으로는 이정도 증상으로는 찍어줄수가 없대요.
이와중에 어느샌가 의사가 마스크를 벗고 그냥 편하게 이야기하고 있는데 (일단 제가 마스크 착용했고, 증상 발현한지 6주차라고 하니 감염력 없다고 생각했나봐요) 의사가 너무 어려요. 아무래도 인턴인가봐요. 영국 의료진이 모자라서 졸업반 학생도 모두 의사 간호사 바로 붙여주고 현장투입한다고 하더니... 혹시 그런건가 싶어요.
하여튼 ECG는 받는데... ECG실에 들어가니까 방수까운까지 풀무장한 인도계 의사가 심전도 찍어주네요. 상의탈의하고 누워서 심전도를 찍어요. 근데 정상이래요. 심박수가 계속 130이긴 한데 정상이래요. 이상한데 뭐 정상이래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니미...
결국... 그나마 항생제는 일주일치 받아 옵니다. 격리 풀어도 되냐니까, 항생제 효과 들으면 풀으래요 (항생제가 들으면 코로나는 다 나았고 2차 세균감염이라는 소리니까). 또 숨 안쉬어지면 꼭 다시 오래요. 이쯤되면 너무 지치고 힘들어서 걍 터덜터덜 집에 옵니다.
집에 올때는 비가 그쳤는데... 뭔놈의 평일 낮에 조깅하는사람이 이렇게 많나요? 이러니까 락다운한지 한달이 넘었는데도 하루에 500명씩 죽는다 싶습니다.
집에 도착해서 씻고 점심먹고 체온재니까 다시 38... 그래도 항생제는 받아왔으니까 걍 먹고 잡니다.
참고로 코로나 검사는 못받음. 영국에서 경증상자까지 전원 검사는 5월 마지막주 되어서나 시행됩니다.
[항생제 복용 일주일]
첫날은 체온은 37.8 미만으로 유지되나 여전히 37 중반대입니다. 열이 왜 확 안떨어지지 고민... 솔직히 호흡은 이즈음에는 신경도 안 쓰고 있었어요. 산소포화도도 정상인데 뭐, 싶어서...
둘째날, 낮에 갑자기 숨이 뻥 터지듯이 쑤우우우우우우욱 들어갑니다. 그와 동시에 엄청난 통증! 흉곽 전체에 미친듯한 통증이 옵니다.
호흡에는 전혀 문제가 없는데, 그냥 폐 겉면이 엄청 아픕니다. 특히 모서리부분들이 미친듯이 멍드는듯한 기분! 심지어 자려고 누워서 몸을 살짝 돌려도 미친듯이 아파요. 만약 제가 돼지였다면, 순대 부속으로 폐는 못 팔겠구나, 라는 생각이 진짜로 들 정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나중에 찾아보니까 이게 세균성 흉막염의 경우 폐 겉면 흉막 사이에 고름이 심각하게 많이 차면, 고름이 꽉 찬 상태에서는 흉막 두겹에 염증이 심해도 서로 닿질 않아서 통증이 거의 없는데 고름을 빼고나면 엄청나게 아픈 경우가 있다는군요. 원래 이거 주사기로 고름을 빼줘야 하는데... 엑스레이 진단을 안 받았으니... 그냥 항생제빨로 좀 줄어든거였나 봅니다.
하여튼 그래도 뭐 항생제 계속 챙겨먹으니 조금씩 나아집니다. 아직도 열은 37 미만으로는 안떨어집니다만... 37.8을 넘기지도 않으니까 뭐... 이젠 격리를 풀기로 결심하고, 매일 아침 산책도 합니다. 근데 조금만 빨리걸으면 숨이 너무 차서, 완전 천천히... 진짜로 노인들이 절 추월해서 갈 정도...
[지금 (한 3주 정도 더 지남)]
여전히 체온 내려가는건 좀 느려요. 아침에만 한두시간 36.8 36.9 이렇고요, 하루종일 37.0~37.5 그렇습니다.
그래도 이젠 열감도 싹 사라졌고, 컨디션도 완벽하게 돌아와서 야근도 할만하고 그럽니다... 뜨거운물 샤워해도 죽을것 같지 않고요. 최근 몇주는 옛날처럼 일상적인 생활 하고 있습니다.
근데 지금도 많이 걷거나 빨리걸으면 숨 많이 차요. 어제도 아침에 장보러 갈때 별 생각없이 옛날처럼 빠른걸음으로 통화하면서 가다가, 마트 앞에서 호흡곤란으로 어지러워 쓰러질뻔했어요 ㅋㅋ 한 몇주 컨디션 좋아졌다고 그걸 또 까먹고 옛날 버릇 나오는... 제가 워낙 성큼성큼 빨리 걸어버릇 하거든요.
아마 폐 세균성 2차감염 됬을때 영구적 데미지를 많이 입은듯 합니다. 바이러스성 폐렴만 겪었다면 문제없이 회복했을텐데, 2차감염으로 세균성 폐렴+흉막염이 문제인듯 싶네요. 아마 평생 폐활량 상당히 저하된상태로 살아야겠지요. 흉막 사이에 고름 제대로 안빼내면 이거 흉터 비슷하게 찌꺼기 남는다고도 하던데... 나중에 한국 갔을때 수술해서 제거는 가능한가... 뭐 CT는 커녕 엑스레이도 안찍어줬으니 지금 시점에서야 알 수가 없네요.
제가 술 담배도 안하고, 평생 뭐 좀 골골하긴 해도 폐 만큼은 늘 튼튼했거든요. 상기도 감염도 심한적은 거의 없고, 보통 감기나 독감 걸리면 주로 몸살쪽으로 겪는 타입? 나이도 아직 20대고...
그런데 코로나 하나에 이렇게 폐 완전히 조졌습니다. 코로나 이거 존X 무서운 병입니다. '대다수 사람에게는 가벼운 병'이라고 한 새키들 다 죽었으면...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3주차 첫 호흡곤란 왔을때, 만약 제가 비만이였다면 자다가 죽었을지도 모르겠구나 싶고요...
물론 한국처럼 무증상환자도 모두 의료시설에 넣어놓고, CT기 MRI기 등등 진단기기가 넘쳐나서 엑스레이따위는 폰카찍듯이 찍는 나라에서야 매일 꾸준히 경과 확인하고 예방적 항생제 치료도 가능하니, 그런 환경에서는 99% 아무 문제 없이 회복하실 겁니다. 그런데 문제는 전세계에서 한국 빼고 이게 되는 나라가 하나도 없다는거죠. 독일만 겨우 흉내 가능할 뿐...
이와중에 영국은 아직도 하루에 100~300명씩 꾸준히 죽는데, 애들 학교도 보내고 사람들 모여서 운동해도 되고 이것저것 다 푼대요. 장보러 잠깐 나가보면 마스크 쓴 사람도 별로 없고, 날씨 좋다고 아침부터 사람들 바글바글해요. 다들 미쳤나봐요. 일본이야 숫자라도 거짓말하니까 우매한 대중이 그걸 믿는다고 쳐도, 여긴 뉴스에서 정직하게 어제 250명 죽었습니다! 하는데도 다들 나와서 바글바글해요. 하긴 이정도 깡이 있어야 전세계를 침략하고 그런거겠죠. 전국민이 1일3깡 하는듯...
하여튼... 한국 사시는 분들은 마스크 손소독 꾸준히 하시고요... 해외 사시는 분들은... 이놈의 '선진국'들 죄다 씹노답이니까... 항상 조심하세요...
May 31, 2020 at 05:26P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