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쓰다보니 매우 깁니다.)
배경
약 15년째 맥 위주로 사용 중이고, 맥용 키보드는 a1048 (약간 커브있는 흰색 키캡+투명케이스 풀배열) 부터 매직키보드 종류별로, 최근 풀배열 무선 매직키보드까지 다 써본거 같습니다. 항상 커멘드키가 제대로 붙어있다는 장점 하나만으로도 대부분의 단점을 상쇄했다고 생각해왔습니다. 특히 매직키보드에 버터플라이가 붙은 이후, 저는 개인적으로 그 키감이 싫지 않았던데다 내구성 문제도 못겪어서 꽤 만족도가 높아졌었더랬습니다.
변화의 시작은 뜬금없이 애 쓰라고 샀던 아이패드 때문이었는데, 애가 아이패드를 쓰기에는 아직 좀 어리구나라는 생각이 들어 업무용으로 뺏어오는 과정에서 멀티페어링이 되는 무선키보드가 필요했습니다. 이런저런 고민을 하다가 가성비 킹 로지텍 K380을 지릅니다. 의외로 쫀쫀한 키감에 꽤 만족스럽게 쓰다보니 어느덧 매직키보드에 손이 덜 가기 시작했습니다. 풀배열이 훨씬 생산성이 좋다고 생각했는데 꼭 그렇지는 않은 환경의 변화가 체감됐습니다. 과거에는 블렌더, 유니티3D, 파이널컷 등 이런저런 다양한 도구들을 종종 써야했었고 그 도구들은 넘버패드에 할당된 단축키가 꽤 많았던 것이죠. 이제는 그런 도구를 쓸 일이 없고 슬랙 노션 및 MS오피스, VSC 정도로 한정되는 업무로 변해서 넘버패드를 쓸 일이 적어진 것입니다. 엑셀을 쓰더라도 숫자노가다는 할 일이 별로 없어지고 주로 남이 만든 파일을 보거나 수정하는 입장에 가까운 것도 있습니다.
그러다, 이제 애가 아이패드를 받아들일 수 있겠다는 판단이 되면서 + 막상 업무용으로 아이패드를 잘 안쓰게 된다는 사실을 깨달으면서 멀티페어링이 필요가 없어졌습니다. 이미 마음이 떠나버린 풀배열 매직키보드. 뭔가 흥이 빠진 K380. 합리적 이유는 전혀 없이 그냥 흥이 안난다는 자체적인 핑계를 대면서 기계식 키보드를 하나쯤 가져보자라는 마음으로 덕질을 시작합니다.
60배열까지 사고의 흐름
처음에는 108배열로 시작했었습니다. K380과는 정반대로 모빌리티가 전혀 필요없기 때문에 그냥 풀배열로 하나 두는게 낫다 싶었던 거였습니다. 그러다 그저 단순히 '안이쁜데?'라는 이유만으로 일단 텐키리스로 마음이 갑니다. 만일 마음이 급했다면 레오폴드 750으로 거의 질렀을뻔 했습니다. 그런데 자꾸 660에 눈이 가는 자신을 발견하게 됩니다.
사실 F1~12 중에 자주 쓰는 키는 엑셀에서의 F2밖에 없었지만 그저 그것만으로도 펑션키 배열은 꼭 필요하다고 생각했었습니다. 특히 K380 쓰던 시절, F1,2,3이 멀티페어링 기능을 함께 하게 되는데 가끔 설정이 꼬여서 엑셀 쓰던 중에 자꾸 아이패드에 연결되고 하면 짜증이 매우 컸더랬습니다. 그래서 60배열류는 전혀 신경을 안쓰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뭐, 다들 아시다시피, 자꾸 눈이 가면 뭐 어쩌겠습니까. 계속 봐야죠...
생각해보니, 저만 빼고 다 공돌이였던 (사실 저도 무늬만 문과생인 공대감성이라..) 전직장에서 한차례 키보드 열풍이 불었을 때 한분이 해피해킹을 썼던 적이 있습니다. 저는 매직키보드에 만족하던 때로 그 당시엔 그게 해피해킹인지도 몰랐습니다. 그냥 그 분 자리에서 코드 보다가 컨트롤키 자리에 남겨진 여백의 미를 느끼며 헤매이던 왼쪽 새끼손가락의 황망함만 기억에 남아있었습니다. 그때만해도 왜 이런걸 쓰나 했죠. 역시 사람은 늘 남의 지름을 함부로 재단하면 안되는 것이었습니다. 660을 보다보니 당연히 해피해킹의 단아함도 눈에 들어왔습니다.
내적 갈등이 시작됩니다. 펑션키와 화살표를 나는 포기할 수 있는 사람인가. 당연히 클리앙 사용기를 검색해봅니다. 댓글들까지 정독하는 과정에서 마음에 불을 지피는 논리를 발견합니다.
'해피해킹의 미덕은 손목의 움직임을 최소화하는 것이다. 펑션키에 화살표에 넘버패드에 왔다갔다하면 그만큼 손목이 움직인다. 해피해킹을 쓰면 확실히 덜 움직여 손목에 무리가 덜해진다.'
그러고보니 저는 한 6~7년전부터 손목통증이 시작되어 점차 심해지는 추세였고, 그래서 마우스도 수차례 바꾸다가 최근 로지텍 mx 트랙볼에 정착한 상태였습니다. 60배열에 손이 익숙해지기만 하면 손목의 움직임이 정말 극단적으로 줄어들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렇게 60배열로 마음을 정합니다.
60배열 중 제품의 선택
컨트롤, 알트옵션, 커멘드키를 모두 많이 쓰는 타입이어서 해피해킹은 탈락했습니다. 게다가 저는 아무래도 갈축이 얼추 딱 맞는 느낌이어서 해피해킹의 가격을 구성하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가 저에겐 무의미한 것이었죠.
레오폴드 660이 탈락한 이유는 화살표 때문이었습니다. 우측 하단에 화살표를 배치한 방식인데 이러면 위의 '손목 움직임 최소화'논리가 희석되는 것이죠. 사실 누가 그 논리를 지키면 상을 준다는 것도 아니지만, 지름의 절반은 명분 아니겠습니까. 키보드에 한번 손을 대면 손목은 회전만할 뿐 위치를 옮기진 않고 싶었습니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레 남은건 소위 '포커배열'이 됐습니다. 유튜브나 레딧, 국내 블로거분들의 리뷰를 참고해보니 대략 후보가 4개 정도가 됩니다.
Vortex의 포커3, iKBC의 포커2, Anne Pro 2, 그리고 덕키 원2 미니.
포커3가 나름 원조격이고 가장 사고싶었지만 직구를 해야했습니다. iKBC 포커2, 앤프로2도 그랬습니다. 앤프로2는 무선도 지원했지만 어차피 그건 별로 상관이 없었습니다. RGB 백라이트는 어차피 안쓸 생각이었어서 백라이트 관련 부가기능도 있든 없든 상관이 없었습니다. 포커3 직구를 하면 백라이트 없는 걸 사서 돈을 좀 아낄 수 있었겠지만 나머지는 그런 옵션이 없었으므로, RGB가 있다고 탈락시킬 상황은 아니었던거죠.
좀 더 알아보다보니 이 포커배열들은 사실상 기판은 GH60계열이라 나사 구멍까지 다 일치하고, 그냥 펌웨어차이라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어차피 케이스나 키캡은 바꿀 수 있는 문제니까 결국 펌웨어가 중요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포커2와 앤프로2를 탈락시키게 됩니다. 이 둘은 fn 조합으로 화살키를 대체하는 위치가 wasd거든요. 이게 왜 문제냐면, 화살표를 쓸 때 양손을 다 쓰게 되기 때문입니다. 포커3와 덕키는 화살표가 ijkl에 매핑돼있습니다. 얘는 새끼손가락이나 엄지손가락으로 fn키를 누르면 오른손만으로 화살표가 커버가 돼죠. 문서작업이나 코딩 하다보면 오른손으로 화살표 이동하고 왼손으로 특정 문자나 숫자, 백스페이스 등을 누르는 상황이 빈번하게 발생하기 때문에 wasd 조합은 업무효율성을 많이 떨어트리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결국 포커3 직구냐, 덕키 원2 미니 국내 정발 구매냐를 놓고 고민하다가, 직구 비용 + 시간에 준하는 퀄리티 차이는 없을 것으로 예상하고, 덕키 원2 미니로 결정합니다. 사실 중간에 Vortex사의 제품들 60배열 및 하나씩 다 검토를 해봤고 특히 Vibe 같은 경우는 장바구니까지 들어갔었으나.. 이쯤 되니 그냥 빨리 내 눈앞에 두고싶다는 마음이 너무 커진 나머지, 그냥 바로 덕키 원2 미니 주문 들어갑니다.
이제야 본 리뷰. 순정 상태

블랙버젼이고, 포인트 키캡은 주황색이 왔습니다. 포인트 키캡 컬러가 랜덤이라고 들은 것 같습니다. 위 사진은 몇번 타이핑 한 후라 손기름이 묻어있는게 좀 거시기하지만, 암튼 맥용 배열로 대충 위치 바꿔두고 Fn키 위치를 이리저리 바꿔보던 중이었습니다. 저 위치는 새끼손가락으로 fn을 누르고 화살표를 쓰겠다는 의지의 배열이었습니다. 지금은 제일 왼쪽으로 옮겨서 엄지로 fn을 누릅니다.
USB C로 연결하는데 얘가 좀 빡빡합니다. 그냥 일반적인 힘으로 꽂으면 연결이 안됩니다. 불량인 줄 알고 한참 마음졸였네요. 레딧을 찾아보니 같은 문제의 질문에 대해 겁나 세게 꽂아보라고 해서 그렇게 해보니 한번 '탁'하는 느낌이 더 나면서 제대로 연결이 되네요. 새로 사시는 분들, 힘주어서 한번 더 누르면 단자뒤에 공간이 있습니다.
체리 갈축으로 구매했고, 아무래도 본체 자체가 작고 플라스틱 케이스여서인지 다른 풀배열이나 텐키리스 제품의 체리 갈축에 비해 미세하게 타건감이 가벼운 느낌이 있습니다만, 그냥 기분탓일 수도 있습니다. 플라스틱 케이스이긴 하지만 제품 무게 자체는 가볍지 않습니다. 무기로 쓸 수 있을 것 같은 무게감은 있습니다.
3단으로 기울기를 조절할 수 있습니다. 60배열에서 이런 높이조절은 흔치는 않은 듯 합니다. 개인적으로는 가장 높인 경우가 적절했어서 큰 장점으로 작용하는 부분이지만... 케이스를 바꿔버려서 뭐..
DIP 스위치가 후면에 있는데 뭐 제가 qwerty말고 다른 배열을 쓸 일은 없으니 그쪽 셋업은 의미가 없고, fn키 위치를 어디로 할지 정할 수 있습니다. 4개 위치 다 가능한데, fn키 위치만 기준으로 바꿀 수 있고, 나머지 키의 배열은 종속적입니다. 즉, fn키가 맨 왼쪽인 상태가 되면 커멘드, 알트, 컨트롤의 순서만 바꿀 순 없습니다.
* 몇가지 아쉬움
이와 유사한 맥락에서, 윈도우키와 알트키 스왑을 하드웨어적으로 할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OSX의 설정으로 스왑을 하게 되는데 이렇게 되면 하드웨어랑 한번 꼬이게 되면서 머리가 복잡해지는 단점이 있습니다. 즉, 제가 키캡을 갈아끼울 때는 당연히 제가 쓰는 기준으로 하므로 컨트롤 - 알트옵션 - 커멘드 순서로 끼우게 되는데 이게 하드웨어적으로는 여전히 컨트롤 - 윈도우 - 알트 순서로 남아있는 것이죠. 그러다가 하드웨어적인 커스터마이징을 위해 왼쪽 알트키를 눌러야하는 상황이 되면 손이 가는대로 하면 안되고 머리로 한번 '이건 바뀐 배열이야'라고 생각을 해줘야합니다. 뭐 이마저도 익숙해긴 하지만 그냥 하드웨어적으로 DIP에서 설정할 수 있었다면 더 좋았을 듯 합니다.
60배열 중에 가장 아쉬운게 우하단 fn키 주변 키들이 그 와중에 너무 쓸모가 없다는 건데.. 맥 배열 기준 왜있는지 모르겠는 우측 커멘트와 알트옵션은, 그나마 잉여롭고 풍족한 풀배열에서는 그냥 넘어가지만 안그래도 자리없는 60배열에서 굳이 한자리 차지하고 있는게 좀 넌씨눈스럽습니다. 그냥 fn키를 3u사이즈로 겁나 크게 만들고 싶다는 생각도 드네요.
또 한가지 좀 아쉬운 점은 fn키가 눌리는 순서인데요, 이게 화살표가 들어가는 단축키에서 좀 귀찮음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맥에서 텍스트를 띄어쓰기 단어 단위로 왼쪽으로 이동할 때 알트옵션 + 좌화살표를 누르게 되죠. 60배열이므로 알트옵션 + fn + j를 누르게 됩니다. 이 때 fn을 먼저누르면 안됩니다. 반드시 알트옵션을 먼저 누른 상태로 fn을 누른 후에 j를 눌러줘야합니다. 윈도우라면 알트+F4 같이 빈번하게 쓰는 단축키에서 약간 불편할 듯 합니다. 그런데 이문제는 60배열 기계식 키보드가 다 이런건지, 덕키원2미니만 이런건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생각해보면 당연히 저 순서로 눌러야되는게 맞는 거 같기도 하고.. 저 상태에서 shift를 눌러서 단어 선택도 같이 하게 되면 손이 좀 꼬이곤 하는데, 뭐 이마저도 곧 익숙해지긴 합니다.
그리고 가끔 맥북이 주로 자고 깨어났을 때 연결이 안되거나 갑자기 키입력이 이상하게 될 때가 있는데, 현재로써는 제품문제가 아니라 OSX 문제 또는 제가 쓰는 USB-C 허브 문제인 듯 해서 조만간 USB-C to C로 직접 연결해서 한번 테스트해볼 예정입니다.
* 그 외 몇가지 특징
- RGB 백라이트 효과가 여러가지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별로 신경 안쓰는 기능이지만 효과 옵션이 많다는건 장점일 듯 합니다.
- 특이하게 게임기능이 있습니다. PC로 게임을 할 때 사용하는 어떤 기능이 있는게 아니고, 그냥 키보드 자체로 게임을 하는 기능입니다. 도대체 왜 만들었는지 이해가 안되는데, 뭐 이것도 분명 시장이 있겠죠..
- 경쟁작인 앤프로2 같은 경우 PC용 앱에서 커스터마이징을 하게 돼있는데 덕키는 오로지 하드웨어 자체에서 모든 설정을 하는 타입입니다. 그래서 반드시 메뉴얼이 필요합니다. 그런데 그 메뉴얼이, 박스에 들어있는 종이버젼보다 홈페이지의 파일버젼이 더 잘 편집돼있어서, 종이버젼은 그냥 버려도 될 듯 하네요. 매크로들을 설정할 수도 있고, 위에 언급한 백라이트 설정, 게임기능, 모두 키보드 단축키들을 통해 이뤄집니다. 개인적으로 기계식 키보드의 특성 상 앤프로2처럼 PC 앱으로 다 할 수 있는 것 보다 오히려 이렇게 하드웨어에서 끝내버리는게 더 어울린다는 느낌은 있네요.
- 펌웨어 업글은 당연히 PC에서 해줘야하고, 맥용 클라이언트는 없습니다. 반드시 윈도우 필요...
* 제품 장점
- USB-C 타입
- 비교적 탄탄한 만듦새
- 하드웨어에서만 세팅하는 방식임에도 꽤 높은 자유도
- 기울기 조절 가능한 케이스
- ESC가 ~키와 묶이는데 센스 있게도 fn키 안누르고 shift + esc 만 눌러도 ~은 표기가 되네요.
- 특이하게 qwerasdf 키와 fn 조합으로 마우스 움직임을 모사합니다. 커서 옮기고 좌우클릭하고 등등. 종종 유용합니다.
- 그 외의 장점은 모두 60배열 자체의 장점
* 제품 단점
- 맥용 알트-커멘트 스왑 하드웨어에서 설정 못함
- Fn키 누르는 순서에 민감함 (이건 다른 제품과 비교 안해봐서 다 이런건지 확실치 않음)
- 순정 케이스가 좀 안예쁨. 너무 쌩 플라스틱임.
참고로, 순정케이스의 안예쁨 욕을 많이 먹었는지 덕키에서 메카미니라는 신제품이 나왔고 걔는 좀 이쁩니다.
그치만 저는 어차피 케이스를 갈아서 이제 그 얘기로
초보적 수준의 커스텀 교체기

아래는 알리발 케이스와 키캡입니다. 보통 카본컬러로 불리는 색배열이 맘에 들어서, 그 중에 맥용 커멘트키가 포함된 애를 찾았습니다. 케이스는 월넛이라고 주장하는걸 샀는데, 뭐 진위는 모르겠지만 다행히 진짜 나무는 맞네요.
위에도 언급했지만 포커배열 키보드는 전부 GH60이라 불리는 DIY용 60배열 기판과 동일한 기판구조를 지닙니다. 그래서 GH60용 케이스를 사면 호환이 됩니다. 나사 구멍 배열이 동일하고 사이즈도, 연결부 위치도, DIP 위치도 동일한 것이죠. 물론 USB-C 연결 단자나 DIP스위치 부분이 좀 불편해질 순 있겠습니다. 제가 구매한 나무케이스의 경우 USB-C 케이블 중 연결부가 두껍게 나온 제품이나 ㄱ자로 꺾이는 제품은 연결이 좀 어려울 수 있겠다 싶네요.
키캡 다 빼고, 나사 몇개 풀어주면 깔끔하게 기판이 들립니다. 그 기판 들어서 그대로 나무 케이스에 놓고 나사 조여주면 됩니다. 이 때 나사 한두개정도는 체결하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알리발 케이스가 그냥 손으로 작업한거다보니 나사 위치가 좀 치우쳐있으면 스위치랑 위치가 겹치면서 드라이버 돌릴 공간이 안나오네요. 저는 나사 1개는 못끼웠습니다만, 뭐 별로 문제는 없어보입니다.
키캡은 예상했듯 알리 사이트 내 사진빨에 비해서는 좀 못났고, E키가 불량이 와서 속이 좀 쓰리지만 뭐 그럭저럭 봐줄만 합니다.
이렇게 케이스와 키캡을 모두 바꾸고 나니, 덕키원2미니를 구매할 때 낸 돈이 좀 아까워지는데.. 뭐 어차피 DIY로 했다고 해도 돈이 많이 아껴지는건 아니고, 펌웨어 안정성 및 저의 똥손을 고려할 때 지금의 선택을 번복할 것 같진 않습니다.
맨 윗 사진의 손목 위치의 나무판때기가 같이 오는데, 실제로 사용할 때는 기울기 조절을 위해 키보드의 위쪽 아래를 받치고 씁니다. 제 손 모양 상으로는 나무케이스가 너무 기울기가 없어서, 손목패드로 저 판때기를 쓰면 오히려 더 불편해지고, 위쪽을 받쳐서 기울기를 만들어주면 적당한 기울기가 연출이 됩니다. 케이스 아래에 미끄럼방지 패드가 붙어있어서 생각보다 견고하게 받쳐집니다.
* 커스텀 장점
- '내꺼'라는 애착이 늘어난다.
- 나무 케이스가 묘하게 타건감이 좋은 것만 같다는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 수시로 닿는 나무 느낌의 걤성이 쏠쏠하다.
* 커스텀 단점
- 키캡, 케이스 고르는데 엄청난 시간을 쓰게 된다. (이게 또 장점이라면 장점이지만)
- 키보드 살 때 쓴 돈의 1/3 정도는 버리는 듯한 느낌을 준다.
끝으로 60배열 자체의 장단점입니다.
* 60배열 장점
- 실제로 손목의 움직임이 적어서 손목이 편해지는 효과가 있네요. 위에 언급했듯 저는 트랙볼을 쓰고 있어서 왼손은 거의 움직일 일이 없고 오른손만 키보드자리, 트랙볼자리 딱 2개에서만 오가게 됩니다.
- 키보드 좌우 폭이 좁다는 것도 물리적으로 중요한 장점입니다. 트랙볼의 위치가 그만큼 가까워지다보니 왼손과 오른손의 최대 거리도 좁아지는 것이죠. 풀배열이라고 하면 트랙볼 위치가 오른쪽으로 더 빠지게 될겁니다. 그만큼 키보드와 트랙볼을 전체적으로 왼쪽으로 옮긴다면, 대부분의 타이핑 시간을 할애하는 알파벳 키들의 위치가 몸 중심에서 약간 왼쪽이 되겠죠.
- 엄지로 fn키 누르고 ijkl로 화살표를 대체하는 건 생각보다 순식간에 적응하게 되고, 오히려 화살표가 따로 있는거보다 더 편하다는 느낌마저 듭니다. 다른배열로 안돌아가고 싶다는 느낌마저 줍니다.
- F1~12키는 제가 평소에 얼마나 안쓰는지를 깨닫게 됐습니다. 의외로 엑셀 쓸 때도 F2에 한정해서 주로 쓰다보니 적응이 그리 어렵지 않았습니다.
* 60배열 단점
- home, end, page up/down, 화면밝기, 음량조절 등 다양한 기능이 fn 과 맞물려 기존 알파벳키에 매핑되는데, 이게 좀 맥락과 두서가 없습니다. ijk에 화살표가 가는건 인체공학적으로도 그렇고, j키에 보통 양각이 있는 것도 그렇고 좀 그러법한 이유가 있는데, 나머지 키들은 기존 키배열을 따온 것도 아니고, 머릿글자도 아니고, 그냥 되는대로 갖다붙인 느낌이네요. 그래서 그냥 외우다시피 손에 익히는 수 밖에 없습니다. 덕키 뿐만 아니라 다른 제품도 없는 자리에 끼워맞추다보니 다들 그런거 같습니다.
- 그 외에 단점은 아직 못찾았습니다. '넘버패드가 없다' 뭐 이런건 존재 자체에 대한 근원적 문제라 단점이라하긴 좀 그런거 같구요. 짬뽕의 단점이 '짜장이 아니다' 일 순 없지 않겠습니까.
주저리주저리 길게도 썼네요.. 암튼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April 30, 2020 at 05:39A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