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생활문화 올 초, 전직 돼지가 다이어트 했었습니다.

. 이걸 사용기에 써... 도 되나 모르겠지만, 야밤에 심심하기도 하고 혹 도움 되실 분도 있으실까 해 남깁니다.

. 키 169.7cm, 몸무게 90kg 이였고, 4달 후 70kg로 만듭니다. 허리 36인치가 28인치가 됩니다.

. 90일 때는 그냥 사는 게 피곤합니다. 둘숨에 피로를 마시고 날숨에 수명을 뱉어내는 기분입니다.

. 건강검진에서 지방간이 있다는 소리를 듣습니다. 의사선생님으로부터 좀 적당히 쳐먹으라는 눈빛을 읽습니다.

. 인터넷으로 다이어트 방법을 찾아봅니다. 뭐 원푸드니, 저탄고지니, 성공기, 실패기, 영어 스펠링에 복잡한 게 많이도 나옵니다.

. 보다보니 문득 그 와중에 조금이라도 더 쳐먹고 싶어서 내가 이런 걸 찾고 있구나 하는 자괴감이 들 정도로 괴롭기만 합니다.

. 그래서 인터넷 창 닫고 쉽게 생각하기로 합니다.


. 제가 무한동력이 아니라면 "1. 유산소 운동, 2. 무산소 운동, 3. 가려먹기, 4. 덜먹기" 네가지 하면 빠질 거라 생각합니다.

. 우선 유산소 운동을 해봅니다. 무릎 늘어난 츄리닝 입고 근처 강변을 2시간 뜁니다. 물론 실상은 뛰기를 가장한 경보입니다.

. 땀 막 납니다. 운동한 티 팍팍 납니다. 근 수 재니까 막 줄어들어 있습니다. 요시! 신납니다.

. 식욕이 폭발합니다. 원래 잘 먹는 것도 중요하다 그랬어!! 밥 2공기를 쳐 먹고 물도 듬뿍 마시고 꿀잠 잡니다.

. 다음 날 몸무게가 늘어나 있습니다. 몸무게를 늘리는 기적의 다이어트를 개발합니다. ... 이건 아닌 거 같습니다. 

. 곰곰이 생각해보니, 예전에도 늘 이 패턴이였던 걸 기억합니다. 냅다 뛰는 데 쥐똥만큼 빠지고 식욕은 폭발하며 망했습니다.

. 그래서 유산소 운동 과감히 버립니다. 넉달동안 아예 안합니다. 오히려 식욕 당길까 피합니다. 그래도 되는 건진 잘 모르겠습니다.

. 무산소 운동, 근력 운동만 빡세게 하기로 합니다. 하기 전에 pt 6번 20회만 딱 합니다.

. 운알못이 아는 운동은 국민학교 때 배운 팔굽혀 펴기, 윗몸 일으키기랑 어디서 주워들은 스쿼트 뿐입니다. 이거나 하기로 합니다.

. 월수금 팔굽혀펴기, 화목토 스쿼트합니다. 윗몸 일으키기는 월화수목금토 합니다. 

. 일요일은 쉽니다. 왜? 그냥요. 힘드니까요.

. 전-현직은 아시겠지만, 처음부터 팔굽혀펴기가 될 리가 없습니다. 무릎을 바닥에 대는 데 그래도 빡셉니다.

. 그래서 굴러다니던 밥상 펴놓고 손 위에 올리고 무릎도 바닥에 대고 까딱 까딱 합니다. 하다보면 늘겠지.

. 갯수는 안 셉니다. 바들바들 떨리고 찌릿찌릿 할 때(하다 보면 촉이 옵니다.), 그 때 딱 3개만 더 합니다. 그렇게 3세트 합니다.

. 세트마다 갯수 다 다릅니다. 하다보면 갯수가 오히려 줄어드는 날도 있고 다시 늘어나는 날도 있습니다만 모두 개의치 않습니다.

. 생각보다 횟수가 쭉쭉 늘어서 놀랍니다. 지금은 관리 차원에서 맨땅에서 100개 3세트 정도씩만 합니다.

. 스쿼트합니다. 유튜브에서 영상을 찾아봅니다. 유의점 같은 거 유의 하라는데 유의 하라니까 유의 하면서 합니다.

. 마찬가지로 갯수 안 셉니다. 하다보면 처음엔 허벅지가 겁나 땡기다가, 좀 지나면 오히려 안 힘든 느낌이 듭니다. 신기하네요.

. 역시 어이구야 하면서 허벅지가 바들바들 할 때 끙차하면서 3개만 더 합니다. 그렇게 3세트 합니다.

. 가~~끔 무릎이 쎄한 느낌이 들 때가 있던데, 그 땐 즉각 아예 멈춥니다. 살 빼 보겠다고 깝치다 다치면 답도 없습니다.

. 지금은 이것도 100개 3세트 합니다. 강박증 환자는 안 세면 안 셌지, 셀꺼면 숫자를 맞춰야 맘이 편해집니다.

. 윗몸일으키기 매일합니다. 바이시클 메뉴버? 꺼무위키가 이거 좋다 했습니다. 그래서 이거 하기로 합니다. 역시 꺼무위키, 나라.

. 마찬가지로 갯수 안 세고, 3개 더, 3세트 합니다. 지금은 역시나 같은 갯수로 100개 3세트 합니다. 편----안


. 먹는 걸로 갑니다. 솔직히 가려먹기와 덜먹기를 동시에 할 자신이 없습니다. 주제파악은 제 유일한 장점입니다.

. 그래서 그나마 덜 힘든 걸로 하나만 하기로 합니다.

. 삼시새끼 드레싱도 없이 신선야채에 방울토마토만 먹겠다고 객기부리다 정줄 놓고 폭식하는 거 보단 백배 낫다 생각합니다.

. 모태 육식인이라 덜 먹으면 덜 먹었지 풀떼기는 못먹습니다. 그래서 덜 먹기만 하기로 합니다.

. 아침은 마트에서 개당 3,300원에 파는 진미채, 콩자반, 멸치 볶음 + 레토르트 찌개류 + 즉석밥 작은 공기 로 먹습니다.

. 점심엔 조그만한 팩으로 파는 견과류를 하나 까 먹습니다.

. 저녁엔 먹고 싶은 걸 아!무!거!나! 마음대로 먹습니다.

. 매일 치킨에, 피자에, 돈까스에, 짜장면에 먹고 싶은 걸 먹었습니다. 4달 내내. 까짓거 술도 마십니다. 아이씬나.

. 단, 먹기 전에 양만은 칼같이 잘라냅니다. 적당한 그릇에 이 정도면 맛은 보겠다 싶은 양만 딱 덜고 나머지는 냉장고에 넣습니다.

. 남은 건 내일, 모레 먹으면 됩니다. 그때그때 먹고 싶은 걸 다 먹어버리니까 생각보다 식탐에 의한 스트레스가 별로 없습니다.

. 다이어트 중인데도 '아~ 뭐 먹고싶다~' 하는 게 없습니다. 그거 내일 먹으면 되니까요. 이게 생각보다 큰가 봅니다.


. 처음 한달이 힘듭니다. 운동이 익숙하지도 않고, 덜어 내는 것도 어색하고, 다시 조리하는 법도 모르고,

. 시간들여 냅다 뛰는 것도 아니니 살 빼는 느낌도 별로 안 들고. 실제 살이 잘 빠지지도 않습니다.

. 근데 신기한 게 두달째 쯤부터 겁날 정도로 쭉쭉 빠집니다. 운동도 횟수가 늘고 팔뚝이나 허벅지도 변하는 보여 뿌듯합니다.

. 그 뿌듯한 게 엔돌핀이 되서 저녁에 막무가내로 쳐 먹는 것도 좀 가려 먹게 됩니다. 그게 선순환이 되서 다시 더 빠집니다.

. 음... 그렇게 네달 했습니다. 그리고 20kg가 줄어 있더군요. 뭔가 원펀맨스러운 마무리네요. 사이타마와 달리 머리는 있습니다.

. 지금은 한 서너달째 유지만 하고 있습니다. 겨울에 웨이트나 수영으로 전직을 할까 생각 하고 있습니다.

. 다른덴 괜찮은 데 종아리에 살짝 튼살 자국이 보입니다만, 집중해서 안 보면 티도 안 납니다. 다행이네요.

. 할려고 하면 이렇게 쉽게도 되는 걸 왜 10년이나 붙잡고 있었는 지 하는 생각도 가끔 듭니다.

. 결론은, 다이어트 하시는 분들 화이팅.



September 30, 2018 at 11:07P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