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인에게서 받은 일회용 카메라 개봉기입니다.
(상품명 : FUJIFILM 写ルンで プレミアムキットII)
사진을 보면 아시겠지만, 이 키트는 특별할 것 없는 기존의 일회용 카메라에 케이스를 추가한 조합입니다.
일회용 카메라를 꺼내서 케이스에 집어넣고 닫으면 사용할 준비가 되었습니다.
사실 카메라를 케이스에 집어넣을 필요도 없습니다.
케이스는 그냥 말 그대로 케이스일 뿐 기능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습니다.
오히려 케이스에 넣고 다니면 부피만 증가하기도 합니다.
요즘 디지털 미러리스 카메라에 없는 광학식 뷰파인더가 있습니다만, 케이스에 씌우면 튀어나온 사출부 때문에 뷰파인더 일부가 가려지기까지 합니다. 마치 RF카메라의 그것과 같은 기분도 느껴보지만, 한 편으로는 기술의 퇴보란 무엇인가에 대해서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아무런 코팅조차 되어 있지 않은 플라스틱 렌즈는 32mm 초점거리에 f10이라는 아주 느린 조리개를 채용했습니다.
몇군 몇매인지도 중요하지 않고 오직 셔터를 누르고, 필름을 감고, 다시 셔터를 누르는 기능 이외에 렌즈를 조작할 수 있는 것이 없습니다. 바바라 런던과 업턴이 저술한 사진학개론의 노출과 관련된 지식은 쓸모를 잃어버렸습니다.
카메라에는 플래시가 달려있습니다. 소중한 추억을 믿을 수 없는 성능의 플래시에 의존해야 합니다.
27컷을 찍을 수 있는 감도400의 xtra필름은 f10 이라는 조리개 덕분에 주광용이 될 것 같습니다.
필름카메라를 쓰던 시절에도 36컷 필름 한롤을 소모하려면 서너달씩 걸렸는데, 27컷이 제게는 과도하게 많은 것 처럼 느껴집니다.
다시 말하지만 노출과 관련해서 사진가의 의도를 살릴 수 없습니다.
Sunny 16 rule (맑은날, 감도100, 조리개 F16, 1/100초)에 기반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오직 카메라가 정해준대로 찍을 수 밖에 없기 때문에, 뇌출계를 활용해서 사진이 나올만한 환경에서만 허용되는 카메라입니다.
어깨 스트랩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찬찬히 살펴보니 일회용 카메라에 있을 법한 퀄리티는 아닙니다.
다만 굳이 사용하고 싶은 생각은 들지 않습니다.
혹평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작고 조악하기조차 한 카메라를 보고 있으면 문득 사진을 찍고 싶은 생각이 납니다.
스마트폰으로 실시간으로 보여지는 화면을 가볍게 터치해서 디지털 이미지를 기록하는게 아니라, 한 쪽 눈을 찡그리고 또 다른 한 쪽 눈은 뷰파인더에 가져다 대며 손가락으로 셔터를 끊는 행위가 사진을 촬영하는 것에 집중하게 만들어 줍니다.
물론 이 카메라가 아니라 여느 일안 혹은 이안 반사식 카메라 혹은 전통적인 형태의 뷰파인더를 채용한 카메라라면 모두 그렇습니다. 다만 이 카메라는 훨씬 더 작고 가볍습니다. 더군다나 저렴한 가격으로 잃어버려도 그만일지 모릅니다. 바디를 떨어뜨려서 심지어 금이 간다 하더라도 마음에 생채기가 남을 것 같지는 않습니다.
사진에 활력을 잃으신 분, 장비질에 지치신 분들께 새로운 시작을 위해 추천드려봅니다.
July 30, 2018 at 10:19P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