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영화 약스포)시카리오2 후기. ☆3/5

시카리오 1을 진짜 시작부터 끝까지 감탄하면서 봤던 사람입니다. 영화관에서만 세번이나 봤지요. 

두번만 보고 볼 생각이 없었는데, 갑자기 너무너무 생각나서 즉흥적으로 한번 더 보게 됐을 만큼..

이런 쟝르에서는 이보다 완벽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생각을 했을 만큼 좋아했습니다.


시카리오2를 처음 봤을 때는 대단히 실망했습니다.

보는 도중에도 간간히 '이걸 왜 이렇게?' 하는 생각이 많이 들었고

영화를 보고 난 후에는 '와 총체적 난국이다. 왜 이딴식으로 만들었지?'라고 생각했습니다.

보고나서 이 영화에 대한 생각을 정말 오랫동안 정리했지만...


결국 1편에 대한 팬심이 제 시선을 방해한다고 생각해서 두번 봤습니다.

확실히 두번째 보니 훨씬 재미있고, 수월하게 봤습니다. 

기대감도 많이 내려놓았고 너무 1편 기준으로 생각하지 말자고 생각하고 봤으니까요.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에는 도저히 좋게 봐줄 수 없는 몇가지 단점들이 있습니다.

제가 생각한 몇가지 단점들을 공유하고 싶었습니다.

쓰다보니 너무 길어져서 요약부터 남기고, 아래 자세한 생각 남깁니다.



요약:

1. 1편 때문에 기대치가 너무 높았다.

2. 제작사, 감독, 각본가 코옵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것 같다.(개연성 문제)

3. 뜬금없는 로드무비, 무너지는 캐릭터

4. 뜬금포 정치놀이

5. 결과적으로 시카리오의 매력은 대거 거세되고 헐리웃 뻥무비가 되었다.




1. 1편 때문에 기대치가 너무 높았다.


시리즈물은 시리즈물이기에 얻는 장단점이 있을 수밖에 없고, 

그 장점으로 인해서 조금 잘못 만들어도 안정적으로 수입을 얻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반면 그로 인해서 전작의 팬들에 대한 최소한의 도리를 지켜야 하는데, 그게 쉽지가 않죠.

후술할 문제들의 대부분은 이런 이유가 크다고 추정하고 있습니다.


2. 제작사, 감독, 각본가가 서로 제대로 협업한게 맞나 싶은 스토리, 연출. (개연성 문제)


전작의 웰컴 투 후아레즈 씬과 그와 연결되는 국경씬은 

시카리오라는 영화의 아이덴티티가 아닐까 싶을 정도로 최고의 연출을 보여줬습니다.

제 짐작일 뿐이지만, 그 때문인지 전작의 이 장면을 무리하게라도 반드시 넣고 싶어한 사람이 있었다는 것입니다.

문제는 전작의 국경씬을 연상할만한 장면이 들어가기는 했으나,

왜 굳이 이걸 집어넣었으며, 이런 식으로 연출했는지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았습니다.

블랙 오퍼레이션의 프로인 그들이 이런 bs같은 작전을 펼친다는 것 자체가 극의 개연성을 크게 해칩니다.

국경장면의 무엇이 그리 긴장감을 주었고, 어떤 이야기를 쌓아가다가 국경장면에서 긴장감이 최고로 고조되었으며, 

그것이 일순간에 해소되며 관객들의 감정을 촉발시키는지에 대한 이해가 전혀 없다고 밖에는 생각이 안 드는 장면이었습니다.

감독과 각본가가 제정신이라면 이따위 장면을 넣어가며 영화를 만들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든 생각이, 제작사측의 압력이 있지 않았나 하는 추측입니다.

돈을 벌어야하는 제작사 입장이라면, 전작의 킬링파트를 꼭 모방해서 넣고싶어 할만하고,

더구나 이따위 헐리웃의 흔해빠진 빵빵 터뜨리며 규모를 키운 장면이면 더 인상깊겠지?라는 

되도않는 생각을 충분히 할만 하겠다는 추측을 했습니다.

그러면 억지로 넣은 장면이다보니 극의 개연성이 무너지고, 

전혀 이해가 없는 연출을 했다는게 조금은 이해가 되지 않나요?


3. 뜬금없는 로드무비, 무너지는 캐릭터.


시카리오 1편에서 '알레한드로'라는 캐릭터에 대한 제가 받았던 인상은

전작에서 에밀리 블런트가 사인을 하지 않았다면 아무리 자신의 딸과 비슷한 눈을 가진 여성이더라도 

자살을 연출하고 유유히 떠났을 인물이라는 것입니다.

감성적이고 유한 측면이 없지 않은 가운데, 무엇보다도 냉철함냉혈한이 있는 입체적 인물이기에 매력이 있었습니다.

감독은 1편에서 냉혹함을 보여줬으니 2편에서는 그의 감성적인 면을 부각시키고 싶었을까요?

개연성이 무너진 장면에서 연결되는 이 뜬금포 로드무비 장면은 

처음부터 끝까지 전혀 이해가 되지도 않았고 이해해주고 싶지도 않습니다.

감독은 관객에게 뭘 말하고 무슨 생각을 하게 만들고 싶은 건가요?

'너희들이 냉혈한으로 봤던 이 인물이 사실은 이런 면이 있는 사람이란다' ?

관객들 바보 아닙니다. 

그가 입체적인 인물이라는 점에서 다들 그 캐릭터의 매력은 1편에서 모두가 알았고 

그 탓에 다들 시카리오2를 기다렸던거죠.

사실은 착한 본성을 지닌거 모두가 다 압니다. 굳이 이런 연출과 각본이 필요했는지.

착한 본성을 지녔던 검사였지만 가혹한 일을 겪은 후 냉혈한 암살자로 변한 알레한드로가 매력적인 것이지

'냉혈한이 아니라 사실은 착한놈이야 잘 봐줘 뿌잉뿌잉'하는 알레한드로는 매력적이지 않습니다.

아니, '알고보니 착한놈이었습니다~와아~' 하는 연출은 이제 지겹기까지 합니다.

결정적으로 수화장면은 뜬금포와 무쓸모, 무의미, 러닝타임 잡아먹기의 끝판왕 중의 끝판왕이더군요.

그게 꼭 필요했는지? 감독은 무슨 메시지를 담고 싶었는지? 없어도 진행에 상관 없는지?

네 없어도 됐고, 딱히 메시지랄게 느껴지지도 않았고, 없어도 진행에는 문제 없었을 장면입니다.

게다가, 이 장면들 때문에 중간에 긴장감 조절도 못한 채 영화가 늘어져버렸다는 점도 단점입니다.


4. 뜬금없는 정치놀이 요소.


전작에서도 그러한 요소가 없지는 않습니다. 

당장 CIA가 국내에서 작전을 하기 위해서 FBI를 필요로 했던 시작부분부터 말이죠.

다만 맷과 알레한드로는 전작의 연출상, 이런 블랙 옵스의 프로중의 상프로.

풋내기FBI정도는 갖고 놀면서 온갖 불법행위들을 자유롭게 저지릅니다.

이랬던 사람들이 쌩아마같은 허접작전을 펼친 건 앞에서 이미 깠으니 그렇다 쳐도

장관 등장하고 맷 상관 나와서 썰전 벌이면서 뜬금없는 정치물 요소를 집어 넣은건 뭘까요?

자기들도 각본을 보아하니 엉성하고 개연성 폭망하니 이런걸로 대충 떼워보겠다는 어설픈 잔머리?

막판에 결국 막나가버리면서 시나리오가 전반적으로 개판이라는 것을 스스로 인증하더군요.


5. 결과적으로 시카리오의 매력은 대거 거세되고 흔한 헐리웃 뻥무비가 되었다.


전작은 전개가 시원시원하고 구성이 치밀해서 좋았던 것이지, 

돈 써서 시원시원하게 폭발시켜서 좋았던 것이 아닙니다.

돈 써서 시원하게 말아먹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죠.

평점 짜기로 유명한 어떤 평론가 형은 연출과 각본은 떨어지고 액션이 상승했다고 평했던데

사실 액션 덕후, 그 중에서도 총덕, 그 중에서도 이런 총기 액션 덕후 관점에서 보자면

뻥뻥 터지는 것 빼면 딱히 총기를 이용한 택티컬 액션이 좋아졌다고 말하기도 어렵습니다.

액션이 좋아졌으려면 정점으로 평할 수 있는 히트(1995)까지는 못 되더라도

적어도 전작의 국경씬 정도의 연출은 있었어야죠. 폭탄만 좀 늘었습니다.제작비가 늘었다는 뜻



소소하게 몇가지 더 있지만(음악, 교차편집과 영화의 메시지, 총살 장면의 진부함 등등)

굵직한 것은 이정도로 정리하고 이만 마치겠습니다.

처음에는 짧게 구상하려 노력했는데했는데 정말 좋아했던 영화이다보니..

아쉬움이 커서 그런지 너무 길어졌습니다. 원래 말 많은 놈이잖아

부디 후속에서는 드니 빌뇌브 감독 돌아오시길 바랍니다.

제작사 사자문이던가요? 멱살 잡아서라도 끌고 오길 바랍니다. 

도저히 안되면 납치감금이라도 하라그래요.


쓸데없이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June 30, 2018 at 09:16P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