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어린이날 이브, 키자니아 체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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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날에는 아무래도 사람이 많을 것 같아 징검다리 휴일을 활용해 보자고 4일 휴가를 내서 예약했는데,

물론, 다른 부모들도 저와 같은 생각이었던 겁니다. ㅋㅋ 지옥을 경험하고 왔네요.

 

아이가 6살이 되면서 키즈카페 정도는 좀 재미없어 하고

그렇다고 익사이팅 파크는 부담스러워 해서 대안으로 찾아 본 게 직업체험시설이었습니다. 

 

우선 집에서 가까운 키즈앤키즈를 두어 번 데려가 봤는데, 아이가 너무 재밌어 하고 잘 즐기더라고요. 

그런데 이곳은 규모가 좀 작아서 체험할 수 있는 아이템들이 그렇게 풍성하지 않았고,

잠실에 있는 키자니아라는 곳이 이런 직업 체험 시설의 원조이자 

규모가 커서 다양한 체험이 가능하다는 정보를 획득하고 어린이날 이벤트로 키자니아를 선택하게 됩니다.

키즈앤키즈에서 이미 두 번 다녀온 체험이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막연히 생각을 했었죠.

 

매를 들기에 앞서 인정할 거부터 인정해주고 갑니다. 

키즈앤키즈와 비교했을 때, 우선 키자니아의 장점은

 

1. 체험 아이템이 비교할 수 없을만큼 많고 다양합니다. 가령, 비행기 승무원이나 백화점 마트 같은 것들은 

비교 자체가 되지 않아요. 

키즈앤키즈의 경우 패션쇼 아이템이 상대적 우위에 있을 뿐, 

대부분 키자니아보다 소박합니다. 

 

2. 키조라는 화폐 개념을 적용해서 아이들에게 일을 하면 돈을 벌게 되고 

그걸 가지고 필요한 걸 산다는 경제 개념을 심어주려 하는 컨셉 자체는 괜찮습니다.

키즈앤키즈는 수료증을 주는 정도인데, 그렇다보니 체험의 지속성이 좀 떨어져요.

수료증은 한 번이나 받으면 끝인 반면, 화폐는 계속 반복 체험해 받아도 무리가 없으니 말이죠.

 

장점은 여기까지. 

 

준휴일이라 사람이 미어 터지는 것은 당연히 이 곳의 잘못이 아닙니다. 

하지만 이런 상황을 온전히 관리하지 못하는 것은 명백히 시설의 책임이죠. 

심지어 그것이 의도한 것으로 보일 정도라면 말이죠.

 

참고로 키즈앤키즈도 주말에 이용을 했었고, 시간 역시 오전 10시부터 오후 3시까지입니다.

그런데 키즈앤키즈에서는 주말에도 불구하고 비교적 여유롭게 체험해서 

체험과 체험 사이 시간을 거의 흘려 보내지 않고 알차게 체험할 수 있었습니다. 

 

두 곳 모두 컨셉은 각각의 직업체험마다 30분 정도의 시간이 할당돼 있고

6-8명의 정원에 맞춰 미리 예약을 해서 해당 타임의 직업 체험을 하고 끝나면 다시 

다른 직업체험으로 이동하는 컨셉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체험 아이템의 예약이 다 차면, 불가피하게 그냥 기다리는 시간이 발생하죠.

그런데 오전 10시부터 오후 3시까지, 3시부터 7시반까지라는 시간에 돈을 지불하는 시간 정액제이기 때문에,

중간에 하릴 없이 대기하는 시간을 최소화하는 것이 소비자 입장에선 가장 필요한 일입니다.

 

키자니아는 사실 가장 중요한 이 부분에서 최악의 사용자 경험을 제공합니다.

이번 타임의 예약이 다 차면, 다음 타임의 예약을 그 자리에서 받으면서

다음 타임 때까지 대기석에 체험자를 묶어두는 방식입니다. 

자리를 지키지 않고 떠나면 예약이 해지된다고 협박을 하면서 말이죠.

그러다 보니 옴짝달싹 못하고 대기석에서 다음 차례 기다리느라 아까운 시간을 날려먹게 됩니다. 

 

인기 있는 아이템의 경우는 이게 최악의 상황으로까지 만들어지는데,

가령 소방관 체험의 경우 무려 4타임까지 대기자를 받아 묶어두면서

32명의 아이들이 대기 존에서 1시간 반씩 기다려야 하는 상황을 만들어 둡니다.

그렇다고 기다리는 아이들을 위해서 별도의 프로그램이 마련된 것도 아닙니다.

그러니 아이들은 부모의 스마트폰을 쥐고 게임이나 동영상으로 1시간 반의 무료함을 달래야 합니다.

 

키자니아는 사람이 많아서 어쩔 수 없다고 말합니다. 거짓말입니다.

키즈앤키즈의 경우에는 체험자에게 주어진 목걸이 키로 예약을 합리적으로 관리합니다.

목걸이키로 아이템마다 밖에 설치된 단말기에 예약 등록을 하면,

몇시 타임에 예약이 되었는지가 디스플레이에 표시됩니다. 취소도 자유롭습니다.

한 아이템을 예약하면 취소하기 전엔 다른 아이템을 예약할 수 없기 때문에 

중복예약을 방지해 다수에게 합리적으로 체험 기회를 보장해 줍니다.

일단 예약이 되면 예약된 시간까지는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습니다.

간식을 먹을 수도 있고, 밥을 먹을 수도 있으며, 다른 놀이를 할 수도 있고,

더러는 다음 체험은 무엇을 할까 둘러볼 수도 있습니다. 

대기 시간을 이용자가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해 줍니다. 

 

그런데 키자니아는 쌍팔년도 방식으로 무조건 대기 의자에 엉덩이를 붙이고 있어야 합니다.

그 때문에 아이는 체험을 하나라도 더 할 욕심에 오후 3시까지 밥도 거릅니다.

1시간 반을 기다리다 보니 진이 빠져서 짜증도 냅니다. 

이게 정말 애들한테 뭐하는 짓인지 모르겠더군요. 학대라고까지 표현하지 않겠습니다만, 이건 만행에 가까웠습니다.

 

키자니아가 시스템 상 키즈앤키즈처럼 못 하는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여기도 목걸이키 처럼 사용되는 손목시계 모양의 단말기가 있거든요.

충분히 키즈앤키즈처럼 이용하도록 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날로그 방식을 고집하고 있습니다.

전 그래서 이게 악의적이고 고의적인 행태라고 봅니다. 

 

이유는 당연히 돈이겠죠.

 

1.

최대한 아이들을 자리에 많이 묶어둬서 유동성을 최소화하려는 것으로 보입니다.

키자니아는 사전 예약제이고, 예약 인원이 다 차면 더 이상 입장이 불가능한 구조입니다.

일견 혼잡을 최소화하려는 합리적인 정책을 운영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오늘 예약 만원인 상태를 경험해 보니 그렇지 않습니다.

혼잡을 고려했다기에는 너무 많은 인원을 받았더군요. 

체험을 온전히 하기가 곤란할 정도로 많았습니다. 

아이들을 그렇게 많이 대기 존에 묶어 뒀음에도 불구하고 오가는 사람들이 엄청났습니다.

만일 키즈앤키즈처럼 예약확인 된 인원들마저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다면 어땠을까요?

온전히 운영이 되기 어려웠을 겁니다.

 

최대한 많은 인원을 수용하면서 혼잡을 줄이기 위한 방법으로 

아이들을 최대한 오래 묶어두는 방법을 택한 거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2.

키자니아에는 키즈앤키즈엔 없는 타임패스라는 별도의 상품이 있습니다.

제한된 사람들에게 사전 판매되는 이 타임패스는, 말 그대로 

추가 돈을 지불하면 기다리지 않고 바로 입장이 가능한 권한을 부여하는 것입니다.

돈만 더 내면 합법적 새치기가 가능한 것이죠. 

1시간 넘게 기다리는 중에 타임패스하는 사람들을 보고 있자니 

그렇게 오래 기다리기 싫으면 돈을 더 내고 타임패스를 구매하라고 유도하는 것 같았습니다. 

이용자로 하여금 대기의 불편함을 극대화해서 추가 수익을 노리는 것으로 여겨진달까요?

 

3.

의심이 여기까지 미치게 되는데, 자신들이 파는 상품이 소모성이 큰 경험재인 만큼

그 소모성을 관리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체험시설이라는 것이, 대부분은 한 번 경험해 보면 어지간해선 다시 또 하게 되지 않습니다. 

체험 아이템이 많다지만, 아이들이 체험을 많이 하면 할수록 

추후 재방문을 할 여지가 그만큼 줄어들게 될 것이라는 얘기죠. 

그러니까 키자니아는 최대한 아이들의 체험 기회를 줄인 뒤 아쉬움에 다시 찾게 만들려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한 번에 너무 많은 체험을 하지 못하도록, 부러 불편함을 장치한 게 아닌가 의심이 듭니다.

 

여하튼, 그래서 저희 아이도 결국 그 5시간 동안 꼴랑 3개 체험하고 나왔네요. 

그래서 다시 오게 될 것 같냐고요? 전혀요. ㅋㅋㅋ

이런 악덕 상술에 다시 놀아날만큼 멍청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키즈앤키즈라는 괜찮은 대체재가 있으니깐요.

아이템 수가 비록 적지만, 키자니아처럼 종류가 많으면 뭐합니까. 어차피 빛좋은 개살구인데. 

 

혹 키자니아만 있는 줄 알았던 분들 계시면, 키즈앤키즈도 이용해 보세요.

다른 건 몰라도, 사용자경험이라는 측면에서 키즈앤키즈가 훨씬 양심적이고 합리적입니다. 

 

피곤한 몸을 이끌고 지옥을 보고 온 뒤 약간의 분노가 가미된 체험기였습니다. 참고들 하세요.



May 05, 2017 at 01:02A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