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좌] 금속학적 고찰 - 라면 맛있게 끓이는 법??? - 시즌 1 복구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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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에 써진 글을 복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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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에 이것 때문에 생각지도 않았던 KBS 전화 인터뷰도 해봤습니다.

엊그제는 양은이랑 스테린리스 냄비가 중금속 오염의 온상이 되었더군요. 생각이 나서 복구시킵니다.

원글은 2007년 7월에 작성되었습니다.

 

또각또각

 

얼마전 연구소로 한 장의 규격 검토 서류가 날아왔다. Alloy 752가 장사가 된다고 하니 어떤 강종인지 알아봐 달라는 것이었다.


752 합금은 생판 보도 듣도 못한 것이다. 본 신발과 팀장은 자료 서적을 뒤지는 대신 구글신의 신탁을 요청했다.

 

"흐음...성분이 이런 거란 말이군. 뭐야? 이거 구리가 뭐 이렇게 많이 들어있어? 이거 겁나게 물렁물렁해서 가공하기 X랄 이겠는데?"

그렇게 둘이서 머리를 맞대고 있는데 묘한 단어 하나가 눈에 띄었다.

"보통 구리 65%, 니켈 18%, 아연 17%의 합금으로 니켈 실버(Nickel Silver)라고 부른다"
니켈 실버...처음엔 니켈이랑 아연이 많이 들어 있어서 구리라도 은빛이 나는 모양이군 하고 생각해 버리고 말았다. 근데 니켈 실버라는 거 정확히 기억은 안 나지만 분명 어디선가 많이 듣던 소리였다.

일단 팀장이 회신한다고 해서 잊어버렸는데 오후쯤 되자 그가 다시 한마디했다.

"이런 개 자제분 같으니라구!" 19금 욕이라 자체 검열했다.
"아, 왜?"
"양백이잖아~!"

양백...흣, 양백이라 함은... ㅡ_ㅡa

 

양백(洋白) = 백동(白銅) = German Silver = Nickel Silver

 

이름도 더럽게 많은 넘이다. 근데 여기까지만 하면 그래도 뭔가 달라보이지만 그러나 한 가지 더 남은 동의어에 우리는 19금 욕을 양산했다.


양은(洋銀)


그렇다, 바로 양은 냄비할 때의 그 양은이다.
뭐냐? 철사 공장에서 냄비 원재료까지 만들자는 거냐? ㅡ0-;;

 

 쨔짠~ 양은 냄비!

 

 

팀장님 왈 "그노무 자슥한테 냄비 장사할 거냐고 물어봐~!"

바로 전화기를 집어들고 팀장님 말을 그대로 전하자 수출팀에서는 김 빠지는 한마디를 날렸다.
"양은이었어요?"
ㅡ0ㅡ;;

 

한자를 해석해 보자면 양은은 서양의 은, 양백은 서양의 백색이란 뜻으로 결국은 둘다 서양의 은이란 뜻이다. 이것은 German Silver에서 온 듯 한데 합금 조성이 구리, 니켈, 아연이 주로 되어있고 때론 주석과 납도 일부 섞는다. 실제 비율은 너무 다양해서 일일이 떠들기가 그렇다.
Nickel Silver라고도 부르는데 이것은 니켈에 의해서 은색 빛이 나기 때문이라고 봐도 되겠다.
백동은 뭔가? 흰색 동이라...? 위의 두 가지 예를 보고도 모르겠는가? 구리인데 하얗다는 뜻 아니겠냐고. 여하간 은이랑은 전혀 상관없는 금속이다. 뭐 외국 어디선가에서는 Silver란 말에 은이 전혀 섞이지 않았는데도 은이 섞였다고 생각할 수 있어 쓰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는데 국내로 따지자면 양은이 아니고 백동이라고 부르는 쪽이 실제 금속학적으로 더 정확한 명칭이 되겠다.

 

어, 그런데 이상하다. 흔히 생각하는 양은 냄비의 이미지는 누리끼리한 이미지인데...은색이라니...? 이 어찌된 일인고? 양은 냄비를 사러가면 은색과 노란색 두 가지를 볼 수 있다. 이때 혹세무민(아, 넘 어려운 사자성어다)하는 경우가 생기는 것이다. 사회적 통념 상(아, 넘 어려운 단어다) 은색은 알루미늄, 노란색은 양은으로 많이 생각하는데 아니다.
물론 알루미늄으로 만든 냄비도 있다. 일단 이건 논외로 하고 양은만 생각하면 은색이 제대로 된 양은 냄비의 색깔이다.
원 바탕이 은색이니 노란색 혹은 금색은 뭔가가 덧 씌워진 게 아니겠는가?

 


테두리를 잘보면 벗겨진 부분은 은색이다.

 

이거 확인하려고 온 사방팔방을 뒤졌지만 안 되서 예전에 보았던 TV 프로가 생각이 났다. 바보 상자도 가끔은 도움이 되누나... ㅡ_-;;

 

VJ 특공대 자료를 바탕으로 하자면 그 노란색은 도금이 아닌 염색약이라고 한다. 근데 전반적인 과정을 보니 일종의 침지식 도금으로 보인다. 황산에 담그는 이유는 일단 도금을 깨끗하게 하기 위하여 양은의 표면을 살짝 벗겨내는 것일 것이고 그 다음에 염색약이라 불리는 것에 담그는 듯 한데 이게 도금액 같다. 구리도 이런 식의 도금이 가능하므로 이게 맞지 싶다.
왜 금색으로 만들 게 되었는지는 모르겠다. 프로그램 상에서는 금같이 귀하게 보이도록 한게 아니겠냐는 게 만드는 아저씨의 추측인데...뭐 그럴 지도 모르겠다.

 

양은의 역사를 파보자. 삽 준비하시라~!
일단 최초는 중국의 Paktong(영어로만 나와있는데 철자를 봐서는 백동에서 나온 것 같다. 그렇다. 본 신발 중국어랑은 친하지 않다. 영어랑은 좀 친하고, 일어랑은 약간, 독일어랑은 안면은 있지만 중국어는...그닥 친하고 싶지 않다.)인 듯 하다.
여하간 Pakton, Packfong, Pakfong, Paitung, Paitun, Baitong, Baitun, Baitung 등등도 같은 이름이라고 한다.
그런데 어디에도 중국에서 왜 이걸 만들었는지는 찾을 수가 없었다. OTL

 

18세기 유럽에는 인도의 Tutenag, 혹은 중국의 Paktong으로 양은이 유통되고 있었는데 아직 유럽에서 직접 만들지는 못했고 막연히 동양의 금속이라고만 알려져 있었다. Tutenag의 경우 인도에서 공급되던 아연에도 쓰였던 이름으로 지금은 쓰이지 않는 이름이다.

 

1770년 독일의 Suhl이란 곳에 있던 한 철 공장에서 비슷한 걸 만들어내긴 했지만 제대로 만들어진 것은 1823년으로 역시 독일의 베를린의 Henniger와 슈니버그(Schneeberg)의 Geitner였다. Alpacca란 상품명도 유명한데 이건 오스트리아의 Berndorf란 회사에서 만들어낸 것으로 독일을 비롯한 북유럽 쪽에서는 양은을 이 이름으로 불린다고 한다. 
혹자는 새로운 은이라고 New Silver라고 도 부른다고. 왜 이것까지 굳이 쓰냐면 이 Alpacca란 명칭이 German Silver 정도로 많이 쓰이는 명칭이라고 하기 때문이다.

 

그럼 양은은 어디에 쓰이는가?
19세기에 가장 많이 쓰였던 부분은 그 은빛 광택 때문에 은을 대용하는 것이었다. 주방용품에 주로 쓰여 식기, 칼 등이 만들어졌고 은 대신 도금용으로 쓰일 때는 EPNC(Electro-Plated Nickel Silver : 전기 도금 니켈 실버)라고 불렀다. 그리고, 은빛 때문에 장신구 용으로도 많이 쓰였지만 니켈이 금속 알레르기를 유발하기 때문에 EU에서는 양은으로 장신구를 만드는 것은 금지하고 있다. 일반 안경테를 쓰면 금속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것도 니켈 때문으로 안경테의 주재료인 모넬의 경우 니켈이 주로 된 합금이다. 스뎅 시계에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것은 그런데 쓰이는 스뎅이 최소 8% 정도의 니켈을 함유하기 때문이다.
그 외 용도로 스프링 재료, 바이메탈로도 사용된다.

 

자, 그럼 왜 양은 냄비에 라면을 끓이면 맛있는가? 

 

라면이 끓어간다~ 맛있어 보이는가~ 계란도 한 개~

 

흔히 TV에서는 열전달이 잘되어서 그렇다고 한다. 근데 열전달이 잘된다는 것은 두가지로 봐야한다.
우선 많이들 떠드는 열전도도가 좋다는 의견. 양은의 열전도도가 정확하게 수치적으로 얼마나 되는 지는 찾지를 못했다. 대략 은과 구리가 1 정도라면 철이 0.16, 알루미늄이 0.5, 납이 0.083정도다. 이것만 봐서는 일단 철로 만들어진 가마솥이나 알루미늄 냄비보다 훨 좋아보인다. 하지만 실제 냄비 재료들은 전부가 약간의 합금 원소가 들어있고 대부분의 합금원소들은 전기 전도도를 떨어트린다. 기본은 구리가 좋다고 하더라도 니켈과 아연 등이 합금되면서 얼마나 떨어질지는 정확한 자료가 없으므로 No Comment.

 

 

양은냄비 안의 라면...본 신발 조리 완료 후 사진 찍는 걸 깜빡 했음...클리앙 짱이님 사진입니다.

 

두 번째로 양은 냄비는 얇다는 것이다. 알루미늄 냄비와 비교하면 비슷한 두께일지 모르지만 일반적인 스뎅 냄비보다는 훨 얇다. 가마솥과는 비교 대상도 아니다. 얇다는 것은 열전도도는 둘째치고 밖의 열이 냄비 내부의 음식물까지의 전달이 훨 빠르게 된다는 걸 의미한다. 극단적인 비교로 사진 같은 가스 렌지에 가마솥을 올려놓고 라면을 끓이는 것과 양은 냄비를 올려놓고 라면을 끓이는 경우를 생각해보라. 가마솥 Win이라고 생각한다면 골룸 ㅡ_-;;

 

 

근데 두께가 두껍고 열전도율이 좋은 쪽과 두께가 얇고 열전도율이 나쁜 경우를 들면 어느쪽이 좋다고는 딱 집어 말하기가 그렇다. 라면을 끓일 때는 일단 물이 끓고 나서 요리가 시작되는 것이기 때문에 어느쪽이 되었던 간에 물은 100도에서 끓기 때문에 조건은 같다고 봐진다.
그럼 일단 라면을 넣는 순간 온도가 잠시 떨어지는데 조건에 따라 떨어진 온도가 다시 올라가는데 얼마나 걸리는 가는 차이가 있을 수 있다.

이걸 정확히 측정할라면 많은 시간과 측정 기기가 필요하므로...직접 투자해서 해보시라.

여하튼 어정쩡한 자료만을 놓고 볼 때 열전도도는 둘째치더라도 얇기 때문에 열 전달이 빠를 수밖에 없다. 고로 빨리 끓는다고 본 신발 맘대로 결론을 내려 버린다.

 

 

세팅 완료된 라면과 김밥...본문 내용과 무관한 사진임 -ㅠ-;; 클리앙 초록아빠님의 사진입니다.

 

양은 냄비가 유해하지 않냐는 설이 있다. 일단 사진에서도 보듯이 금색 양은 냄비는 쓰면서 금색이 바래지고 원래의 은색이 드러난다. 그러니까 바래진 금색은 라면을 끓이면서 섞여들어가고 설걷이를 하면서 수세미에 닦여나갔다는 소리다. 어느쪽 양이 더 많은지는 모르지만 여하간 어느 정도는 라면과 함께 먹었다고 보면 되겠다. 그럼 원래 은색 그대로인 양은 냄비는 괜찮을까?
양은은 어쨌거나 몇 가지 금속의 합금이다. 음식을 만들 때 내부에 항상 물이 있다고 보면 물이 닿아있는 부분은 물이 끓으면서 온도를 유지해주기 때문에 100도를 넘길 수가 없다. 100도 정도에 녹아내릴 금속은 없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양은 냄비에서 금속 성분이 녹아 나온다는 걸 인정하는 분위기다. 정확하게 해보자면 아주 정밀한 저울을 가지고 한번 요리를 할 때마다의 무게 변화를 재면 되긴 하는데...시간 나면 당신이 해보기 바란다.
여하간 분명히 녹아는 나온다. 근데 그게 유독할 정도인지 아닌지는 일일이 자료 찾기가 귀찮다. 혹자는 금속이라고 하면 무조건 철을 생각하여 몸에 철분이 들어가면 좋지 않냐고 하는데...양은에는 철성분은 없다.

 

뭐 유독한 것이 확실시되면 분명 어디선가 사용 금지 조치가 내려질 것이다, 물론 그땐 이미 늦을 지도 모르지만.
뭐 본 신발 위에 사진들 찍기 위해 양은 냄비에 라면을 끓였고 밥까지 말아서 잘 먹었다.

 

 

본 신발의 사무실용 티탄컵...대충 5만원 줬다. 커피맛 어떠냐고?...글쎄다 ㅡ_ㅡa

 

이렇게 금속이 음식에 녹아드는 것을 완벽하게 차단할 수 있는 재료로 티타늄이 있다. 아직 국내에는 티타늄 코팅된 주방 기구들만이 일부 시판되고 있는데 일본에 갔다온 하대리가 일본의 H사에서 티타늄으로 된 냄비랑 후라이팬 등등을 만드는 걸 봤다고 했다. 머그 하나가 5만원? 후라이팬이 10만원 이상 등등인데 일본에선 상류층에 인기가 있다고 한다. 그 이유 중 하나가 절대 음식 맛이 변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한다.

 

 

결론적으로 볼 때 양은 냄비에 끓인 라면이 더 맛있는 것은...시각적인 효과와 추억의 결합이라고 보아진다. 어디에 넣은 것보다 양은 냄비에 넣은 라면이 가장 잘 어울린다는 것이 본 신발의 생각이다.

사실 어떻게 끓였던, 어디서 끓였던 간에 만든 사람의 정성만 들어가있고, 먹는 사람만 맛있으면 그만 아닌가? (* ̄ρ ̄)"

 

 근데, 이것도 맛있어 보인다. (/´ ∇`)/ 클리앙 hunio님의 사진입니다.

 

 이것도 괜찮아 보이지만 쫌 아니다. ( 'o') 클리앙 gandlf님 사진입니다.

 

플스 : 원래 서론에 쓸려고 했던 부분을 스포일러가 될 수 있어 뒤에다 씁니다.

뭐 어느 정도의 나이인지는 모르겠지만 서른 정도를 넘어선 분들이라면 어릴 적에도 양은 냄비에 대한 추억이 남아있을 겁니다. 제가 기억하는 양은 냄비의 가장 오래된 기억은 학교 들어가기 전인지 국민학교 때인지 'ㄷ'사에서 참치가 첨으로 깡통으로 국내에 나왔을 때였습니다. 어디선가 사오신 그 참치 통조림을 어머니는 양은 냄비에다 붓고 끓이셨드랬지요. 첨 보는 거였는데다 그게 조리가 되어있을 거라곤 생각하지도 않았었거든요. 그때는 약간 비릿한 맛이 났던 걸로 기억합니다. 통조림 그냥은 비린 맛이 거의 안나는데 그렇게 삶아(?) 버리니 약간 비린 맛이 나더군요.


지금 생각하면 아련한 추억이지만...왠지 서글퍼지네요.



May 05, 2017 at 10:56P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