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좌] 만년필 금촉/도금촉의 효용성에 대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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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만년필을 쓰다 보면, 흔히들 '금촉이 좋다'고 말씀하십니다.

 

 여기서 금촉이란, 금으로 만들어진 펜촉을 의미합니다. 금의 함유량은 14k~18k, 넓게는 10k~24k로 다양한데요, 보통은 14k와 18k 두 종류를 주로 보실 수 있을겁니다.

 

 흔히들 금촉의 효용성에 대해서 다음과 같은 말씀을 하시더군요.

1.필감이 탄성도 있고.. 우수하다.

2.연성이다.

3.잘 부식되지 않는다.

4.비싸다.

 

 이와는 별개로 21k 정도의 금을 스텐레스 닙에 도금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 것의 효용성에 대해 이런 말들을 들어보았는데요,

1.필감이 (무도금 대비) 좋다.

2.(무도금 대비) 펜이 긁는 느낌이 있다.

3.쓰다보면 도금이 벗겨진다.

 

 차례대로 진위성을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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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필감이 탄성도 있고.. 우수하다?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case by case입니다.

 

 우선적으로 만년필의 필감에 영향을 주는 요소는, 닙의 두께입니다. 닙이 얇으면 부드러운 필감이 나오고, 두꺼우면 딱딱한 필감이 나오게 됩니다. 아무리 21k를 써서 물렁하게 했다 하더라도, 두께만 두껍게 만들면 탄성 없는 딱딱한 필감이 나오게 됩니다. 그렇게 해서 딱딱한 필감을 만들어낸 사례는 대표적으로 Sheaffer의 Lifetime 닙, Platinum의 #3776닙(구형)이 있습니다.

 

 둘째로 금 외에 들어가는 물질들도 중요한 영향을 끼칩니다. 보통 만년필 금촉은 14k인데, 그래봐야 금은 50~60%만 들어갑니다. 나머지 물질의 조합으로 경도를 조절할 수 있는 있는 여지가 큽니다.

 

 마지막으로 닙의 연마도 중요한 영향을 끼칩니다. 동양 칼 만들듯, 적절히 여러 번 연마한다면 훌륭한 탄성을 만들어낼 수 있을 것입니다. 다만 이건 옛날 이야기고.. 요즘은 기계로 찍어내니 주요한 요소는 아니라고 봐도 좋겠지요.

 

 마찬가지의 이유로 14k보다 18k가 더 부드럽다는 말도 거짓임을 알 수 있으며, 그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파이롯트 캡리스(18k)입니다. 특유의 스프링 구조 덕에 어느 정도 탄성이 느껴지긴 합니다만, 닙 자체는 단차도 잘 나지 않는 굉장한 경성닙입니다.

 

2.연성이다?

 

 1)에서의 이유 때문에, 금 들어갔다고 다 연성인건 아닙니다. 힘주고 쓰시면 큰일나세요.. 오히려 금 덕분에 복원력이 극도록 떨어집니다.

 

3.잘 부식되지 않는다?

 

 

 사실 기본 상식이지요. 금은 잘 부식되지 않는다. 실제로 옛날에 잉크에 별 희안한 물질이 다 들어가던 시절, 잉크로부터 펜촉을 보호하기 위해 금을 넣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요즘 잉크는 상당히 안정화되었습니다. 스텐레스 기술과 코팅 기술도 발전해서, 닙이 부식되느니 오히려 펜 안의 잉크에서 곰팡이가 필 가능성이 더 높아보입니다.

 

 그런데 요즘에도 간혹 스텐레스 펜촉에 치명적인 잉크가 존재합니다. iron-gall이라고, 잉크에 염산 넣고, 철 이온 넣고.. 하는 굉장히 과학적인 보존 잉크입니다. 물론 잉크 회사에서도 이를 인지하고 펜에 유해한 물질의 비중을 줄였고, 스텐레스 펜촉 기술도 발전했기는 합니다만, 그래도 불안할 수 있습니다. 이런 경우에 금촉을 사용하시면 되겠습니다.

 해당 잉크에 대해서는 다음 링크의 글을 읽어보시는걸 추천드립니다.

http://ift.tt/2ql6ThQ

 

4.비싸다?

 

http://ift.tt/1MpjEd9

 

 크게 비싸지 않습니다. 스텐레스촉 대비, 펜촉 하나당 재료비 만 원 정도 추가된다고 보시면 됩니다. 3만원의 중국 영웅 100, 개당 5000엔의 일제 만엔 만년필 납품가가 실현 가능한 이유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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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렇다면 오늘날 금닙의 존재 가치는 무엇일까요? 아무래도 3번의 내식성이 뛰어나다는 것도 있겠지만.. 과시의 측면이 크겠지요.

 

 다음으로는 도금닙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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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필감이 무도금 대비 좋다?

 

 상식적으로 생각해봅시다. 스텐레스에 금 얇게 두른다고 필감에 큰 차이가 있을까요?

 

2.펜이 무도금 대비 긁는 느낌이 있다?

 

 팁 부분까지 금 도금이 되는 경우 긁히는 느낌이 날 수 있습니다. 이 경우 열심히 써서 도금을 마모시키는 방법이 가장 추천할만 하겠네요..

 파카 소네트 2 스틸닙 금장 제품군이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3.쓰다보면 도금이 벗겨진다?

 

  물리적-화학적 영향으로 도금이 벗겨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최대한 막아볼 수밖에 없겠지요.. 닙에 마찰을 주지 않고(휴지로 도금닙의 잉크를 닦는 행위는 삼가시는게 좋습니다.), 안전하다는 잉크-워터맨같은-를 쓰는 수밖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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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금의 경우는 아무래도 내식성을 높혀주는 것도 있으니, 해두는게 좋을 것이라고 개인적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April 30, 2017 at 07:45P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