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로건 - 노인들, 그리고 엑스맨의 패자부활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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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울버린의 본명에서 딴 제목인 '로건'은 표면적으로는 꽤나 이질적인 제목이지만, 계약 적으로는 울버린 3부작의 마지막편이며 휴 잭맨의 마지막 울버린 연기작입니다. 본래 울버린 시리즈의 세번째 작품으로 탄생했지만, 결과물은 전작 2편은 물론, 다른 엑스맨 영화와도 별 연관이 없습니다. 설정적으로 끌어다 억지로 붙일 게 없진 않겠지만 전혀 상관 없습니다. 영화를 즐기는데 필요한 정보는 아주 적습니다. 울버린과 X 교수의 능력과 간단한 성격 정도만 알면 됩니다. 그정도로 이 영화는 완전히 독립적이며 그만의 세상입니다. 마블 유니버스도, 엑스맨 유니버스도 필요 없습니다.

 

 '로건'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울버린과 X 교수가 그저 늙고 약해졌을 뿐만 아니라 자책해 마지 않는 실패자라는 걸 알게 됩니다. 갑작스럽게 떠넘겨진 X23을 안전한 곳으로 데려가는 일이 그저 하루하루 숨어서 신세한탄이나 하며 보내는 노인들에게 패자부활전의 기회를 줍니다. X 교수는 멀쩡했던 시절과 다름 없이 이를 귀중히 여기지만 로건은 X23이 자신의 유전자에서 나온 딸같은 존재라는 것을 쉽게 인정하려 하지 않습니다.

 

 시놉시스만 본다고 하더라도 사실 '로건'의 전체 줄거리는 예측하기 아주 쉽습니다. 우리는 이런 이야기를 너무 많이 봤으니 말입니다. 염세적인 중년과 소녀, 실패한 노인들에게 주어진 기회 같은 것 말이죠. 물론 그게 슈퍼히어로물에서 일어난다는 건 특이한 일이고, 영화화된 건 더 특이한 일입니다. 원오프 스토리로 캐릭터를 다루는 시도는 코믹스에선 간간히 있고 또 곧잘 걸작으로 남지만 영화화는 사실상 처음이라 할 수 있습니다. '로건'으로 보건데, 코믹스 회사와 영화사들은 좀 더 시도해봐도 될 듯 싶습니다.

 

 영화에서 아쉬운 점이라면 사실상 부녀관계인 울버린과 X23에 좀 더 감동코드를 넣는다거나(그렇습니다, 사실 노골적이길 바랄 정도로 좀 아꼈습니다.), 아무도 믿지 않는 늑대소년과 같은 X23이 두 노인과의 경험으로 점점 인간다워지는 과정이 더 꼼꼼히 다뤄졌으면 하는 정도입니다. 중년과 소녀란 조합 때문에 발표 때부터 곧잘 언급되었던 게임 '라스트 오브 어스'가 이 부분에서만큼은 조금 더 잘했다고 해도 될 것 같습니다. '로건'이 그렇다고 아예 무시했다거나 나쁘다는 수준은 아니지만 말이죠.

 

 울버린과 X 교수가 아무리 애쓴다 한들, 그들이 하려는 건 자기속죄 내지는 희망의 불씨일 뿐 그들의 처참한 실패를 되돌릴 수는 없습니다. 일어난 일은 바꿀 수 없으니까요. 울버린과 X 교수의 실패는 사실 엑스맨 시리즈의 실패와도 겹쳐 보입니다. 스파이더맨과 더불어 히어로 실사화를 다시 되살렸다는(배트맨과 로빈으로부터!) 평을 들었던 엑스맨이 결국 진부하기 그지없는 블록버스터로 전락하고 만신창이로 소모된 것은 한때 창대한 희망을 가졌던 울버린, X 교수와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여생을 신세한탄으로 보내는 대신, 어차피 이제 끝이라고 그저 그런 울버린3를 만드는 대신 안간힘을 짜본 것은 잘 한 일이었습니다.



February 28, 2017 at 11:03P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