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책] 이기적 유전자 - 2. 유전자는 왜 이기적이 되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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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이기적 유전자 - 1 서 : 이기성에 대한 절망, 그리고 이타성에 관한 희망

 

전편의 메시지를 한 문단으로 줄이자면 이렇습니다.
인간은 (유전자, 혹은 선천적으로) 이기적으로 태어났다. 그러므로 관대함과 이타주의를 가르쳐보자.
 
 
우리 몸 속에 있는 유전자는 30억년 전부터 생겨난 단세포 세포로부터, 천천히 하나둘 생겨나 보존되어 만들어진 것입니다. 30억년간 많은 기회와 위기가 있었겠고, 그럼으로서 그중 환경에서 오래 보존될만한 생명체가 살아남았죠. 이 책의 가정은 '진화론'이란, 이 땅의 생명체들이 저마다 저마다의 모습으로 현재 다른 생물과 조화를 이루어 살아가게 만든 그 이론에 대해 설명하기 위해 쓰였습니다. 우리 자신이 의식적으로 행동하는 것이 아니라 유전자가 어떤 생각을 지닌, 지성적인 존재로 생각해보고, 한 편으로는 우리 몸을 그 유전자가 조종하는 생존기계로 한번 가정해보고, 생각을 펼쳐나가보자는 것입니다. 생물의 의지로서 생물은 어떻게 진화하였나라는 패러다임이 아닌, 생물 안 유전자의 관점으로 보자는 패러다임의 전환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물론 우리 뇌와 지성은 유전자가 조종하는 생존기계는 아닙니다만.)

세상에는 이기적인 것처럼 보이는 행동양식을 가지는 유전자로 가득 차 있습니다. 사실 유전자는 단순한 분자의 덩어리일 뿐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앞서 적은 것처럼 이기적인 것처럼 보이는 행동양식을 보이는 유전자로 가득 찬 것은, 이런 이유입니다.

그들만이 살아남았다.

유전자 자체는, 이론적으론 수억년을 살 수도 있는, 일종의 불멸체입니다. 하지만 어떤 유전자는 수백만년을 생존할 수 있는 반면, 대부분의 유전자들은 새로이 생겨나가마자 얼마 되지도 않는 순간에 사라져버립니다. 왜 이럴까요?
'그 다음으로 중요한 요소는 다윈 자신이 강조한 '경쟁'이다. ... 이 경쟁은 아무런 악의도 없이, 아니 아무런 감정도 없이 행해졌다. 그러나 그들은 분명히 경쟁하고 있었다. 안정성을 증가시키는 복제상의 오류나 경쟁상의 안정성을 감소시키는 방법은 어떤 것이든 자동적으로 보존되고 늘어났기 때문이다.

유전자가 변이하는 방식은, 매우 오랜 시간을 지난 다음에야 변이하며, 또한 이 돌연변이 유전자 대부분은 태어나고 나서 얼마 지나지 않아 사멸해버릴 겁니다. 하지만 그렇게 변이한 유전자중에는 생존에 유리한 것이 있을 것이며, 특히 다른 유전자들과 협력해서 행동한다면, 그들은 다른 생존기계 속에 있는 유전자보다 더 오래 생존에 유리할 수 있을 겁니다.(A)

대부분의 생물의 경우 성적으로 다른 생물과 교미하여 자손을 남기게 되는데, '이론가'들이 부딪히는 난관은, 이들의 경우 습관적으로 개체가 살아남는 유전자 수를 극대화한다고 노력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발생할 뿐, 저자는 DNA의 목적은 생존하는 것. 바로 그 것 이상 이하도 아니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여분의 DNA가 추가로 자기 몸에 들러붙든 말든간에, 생존하는데 문제가 없거나 이득이 있다면 전혀 상관이 없다는 것이죠.

자연선택이란 과정 속에서, (A)란 과정을 통해 다른 유전자들과 협력하는 유전자를 선호했습니다. 말하자면 희소한 자원에 대한 경쟁인 것인데, 이 공동체의 몸 속에서 협력적으로 움직이는 생물이 무질서한 쪽보다는 분명히 더 유리하기에 그러했죠. 말하자면 뿔달리고 날개달린 말인 유니콘같은 생물이 있다면 겉보기엔 멋져보이겠지만, 생존하기는 무지하게 어려울겁니다. 반면 일반적인 말은 자연 속에서 길게 생존했죠.

사족으로 달자면, 경제학 책을 맨 처음 열면 그 것은 희소한 자원을 어떻게 분배하느냐에 대한 이야기라고 적혀있습니다. 사실 진화론과 경제학은 전혀 별개의 학문이긴 커녕 상당한 근연성을 가진 학문입니다. 다윈을 일컬어 최초의 경제학자이자 최후의 경제학자라고 칭하는 사람도 있을 정도로 말이죠. 하지만 경제학은 실증적인 자료는 생각보단 많이 부족하고-이론적인 부분에 주로 치중하는 반면, 진화론에 따른 연구는 실증과 가설을 동시에 낼 수 있다는 장점이 있기도 합니다.^^ 그래서 이 책은 읽을만 합니다.

고전파 경제학의 가정이자 최대 정의 1. 경제학이 다루는 객체인, 사람은 합리적이며 이기적인 존재이다. 한편 유전자는 이기적이며 마치 자신의 생존을 위해 모든 것을 다 하려는 것처럼 보이며, 그런 면에서 합리적이고 전략적입니다.(적어도 살아남은 유전자 풀에 대해서만큼은) 고로 유전자(를 품고 있는 생물)은 살아남기 위한 모든 전략을 고안하고, 그 가운데 30억년이 지난 지금, 그런 전략중 가장 성공적인 부류에 해당하는 유전자를 가진 생물들이 살아남았습니다.

'유전자는 도박꾼이다. 복잡한 세상에서 예측이란 불확실하게 마련이다. 진화라는 카지노에서 쓰이는 판돈은 생존이다. 당신이 물을 마시러 물가로 간다면 물가에 숨은 포식자에게 잡혀먹힐지도 모른다. 반대로 당신이 물을 마시지 않는다면 결국 목말라 죽을것이다. ... 주식시장의 투기형 투자자와 안정형 투자가도 유사한 경우다.'

이 유전자를 가진 생존기계(생물)은, 그런 의미에서 수많은 전략을 고안하고 어떤 유전자는 멸종으로 처벌받으며 어떤 유전자는 생존으로서 보상받습니다. 유전자에게 있어서 최대한의 전략이란 '짧고 굵게' 사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의 유전자를 '되도록 최대한 오래' 수만년 혹은 수백만년을 존속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죠.

하스스톤같은 게임에서 카드게임에서 예를 들자면, 게이머의 패에 유니크 카드가 많이 끼어있다고 해서 그 게이머가 카드게임에서 승률이 높다고 가정할 수 없습니다. 하스스톤이나 매직 더 게더링 관련 사이트 뒤져보면 잘 아시겠듯이, 승률이 높은 덱은 꼭 유니크 카드같은 좋은 카드가 있다고 가정할 수 없고, 카드간에 서로 협력적인 방식으로 조합이 되어(거기에 유니크 카드가 끼어있건 아니건간에) 매턴 안정적인 전략을 펼칠 수 있는 덱을 가진 게이머의 안정적인 전략이 가장 승률이 높을겁니다.

사실, 자기의 몸 속에 있는 유전자끼리와는 유전자는 서로 협력적이지만, 다른 유전자를 지닌 생명체에 대해서는 배타적인 경우도 많이 발생하기도 하고, 때로는 먹튀, 쓸데없이 보복하거나 다른 유전자를 지닌 어린 생명체를 죽여버리는 경우도 있습니다. 유전자는 이기적이니까요.

그에 대한 예를 들어봅시다.
첫번째로 근연도(다른 생명체가 자신과 같은 유전자를 가지고 있는 정도)
에 대해 유전자는 '생존'이라는 목적을 위한 각종 수단을 사용합니다.

이타적 자살 유전자, 혹은 혈연 이타주의라고 부를 수 있는 생존방식은 새끼새를 지키기 위해 적을 만난 어미새가 다리를 다치는 흉내를 예로 들 수 있습니다. 이 전략이 해당 방식에서 '경제적인' 성공을 가지고 오기 위해서는, 이 방식을 통해 살아남는 새끼새가 두마리 이상이던가, 혹은 다리를 다친 흉내를 내는 어미새가 적에 대응해 재빨리 도망가 종이 생존할 수 있는 전략이 만들어져야 할겁니다.

한 면으로 가젤같은 경우 포식자를 발견하면, 자기가 가장 먼저 먹힐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포식자를 향해 뛰어오릅니다. 이 경우 그 가젤은 죽을 확률이 가장 높겠죠. 하지만 동시에 포식자에게 표시를 당하는 한편 다른 가젤에게 포식자가 왔다는 표시를 주어 재빨리 도망가기 쉽게 만들겁니다.
'자기의 구성원을 만나면 누구에게나 친절해라' 라는 전략은 이기적인 방면으로도 좋은 전략이 될수 있을겁니다. 예를 들면 고래나 돌고래는 포유류라 바다 위에서 숨을 쉬지 못하면 익사하죠. 곤란한 사정에 빠진 고래나 돌고래에게, 다른 무리의 동료들이 도와서 수면으로 떠올리게도 합니다.

말하자면 같은 종에 대해 친절한 것을 본다고 해서 그 것이 이타적인 것이라고 꼭 판단할 수는 없다는겁니다. 유전자를 생물을 숙주로 이용하는 기생충같은 것으로 본다면, 이런 행위들은 오히려 자신을 희생하여 근연도가 높은(혈연이 높은) 생물체의 유전자를 더 많이 생존시키려는 유전자의 이기적인 전략으로 볼 수도 있다는 것이죠.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누가 봐도 이기적인 전략은 자연계에서 많이 나타납니다. 예를 들어보죠. 새는 시끄러운 소리를 내는 새끼새에게 가장 많이 먹입니다. 새끼새는 동료 자매새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가장 많은 먹이를 취득하기 위해 배부른 상태에서도 계속해서 시끄러운 소리를 낼 수 있습니다. 이럴때 허약한 새끼는 가장 먼저 죽게 되기도 하죠. 결국은 가장 시끄러운 소리를 내는 새끼새의 생존율이 훨씬 더 높습니다. 결국 시끄러운 소리를 내는 새끼새가 허약한 새끼를 죽이게 되는 셈이죠.

한 편으로 생명을 새로이 키워내는 일은 시간과 노력을 굉장히 많이 필요로 하는 일입니다.(사람같은 경우 최소 10-15년에 걸쳐 어린아이를 키워내지 않으면 안되는데, 이런 예는 예외적인 경우로 하더라도 그렇습니다.) 저자는 단적으로 이렇게 적죠.

'이상적으로 개체가 바라는 것은 가능한한 많은 이성과 교미하고, 자식양육은 상대에게 전적으로 떠맡기는 것이다'
자연선택 과정에서, 선호되는 것은 암컷을 새로이 취할 경우, 그 암컷의 (이전의 배우자와의) 자식은 모조리 죽여버리는겁니다. 쥐의 경우, 새로운 암컷을 만날 경우 어떤 화학물질을 분비합니다. 그런데 이 화학물질은 임신중의 암컷이 맡을 경우 유산하게 만드는 효과를 가집니다. 사자도 비슷한데, 무리에 새로 들어온 숫사자가 그 무리에 있는 새끼를 모두 죽여버리는 경우가 있죠.(사자는 새끼를 절벽에 굴린다는 말을 자주 쓰는데, 간단하게 말한다면 '남의 새끼'를 절벽에 굴려 죽여버리는겁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물은 집단생활 가운데, 같은 종의 다른 생물과 협력행위를 벌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내 등을 긁어줘, 나는 네 등위에 올라탈테니' 같은 전략 말이죠. 새나 원숭이가 서로의 깃털이나 털을 골라주는 것이나, 일개미가 여왕개미들에서 태어나는 새끼를 도와주는 경우같은 경우 말입니다. 하지만 이 자체도, 사실은 여러 종류의 전략을 택한(내 등을 긁어준 동물의 등을 나는 긁어주지 않는다던가) 수많은 전략들이 수십 수백개 나왔을 경우에서조차, 내 등을 긁어준 동물의 등을 나도 긁어주는게 가장 안정한 전략이기 때문에 그런 일이 벌어졌을 뿐입니다. 전략과 전략이 충돌해, 생물이 가진 유전자, 기초적인 프로그램 자체가 이기적이더라도 가장 효과적인 전략을 선택한 셈이죠.
일개미가 여왕개미에게서 태어난 새끼를 도와주는 것도 어떤 면에선 친자식보다 근연도가 더 높기에(3/4에 달합니다) 그런 것 뿐인걸 감안한다면..

저자의 결론은 유전자의 기본전략은, 그 것이 심지어 이타적인 행위처럼 보이는 것처럼 나타날 때에도 자신의 생존전략에 가장 최적화된 것이라는겁니다. 유전자에는 앞서 적었듯이 아무런 목적도 없지만, 결국 '이기적이고 합리적인' 생명체 속에 포함된 유전자만이 오랜 기간동안 살아남는다고 해야겠죠.

책 외로 찰스 다윈이 진화론을 작성했을 때, 가장 먼저 염두에 둔 것은, 아담 스미스의 국부론에서 나온 경쟁이론과, 멜서스의 인구론에서 나온 '제한된 자원에서의 생존경쟁' 두 가지였습니다. 진화론자인 최재천 교수가 진화론 관련하여 쓴 책을 읽다보면 나오는 구절이고.. 그 밖에도 많은 진화론자들이 지적하고 있는 내용입니다만..
사실 경제학 첫마디에서 나오는 '최소한의 자원을 최적의 방법으로 분배하는 방법'은, 좀 잔인한 얘기지만 자연선택인 셈이므로 이는 결국 고전파 및 신고전파 경제학적인 얘기와 어느정도 같다고 해야겠습니다.

좀더 쓰자면 19세기에 허버트 스펜서란 인물이 있었는데 이 사람은 사회진화론이란 이론을 냅니다. 이 것은 간단하게 말하자면, '적자생존'이라는 진화론상의 아이디어가 사회에서도 이루어져야 한다는 생각이었죠. 다윈의 경우 여러 책에 따르면 이 사람에 찬탄하기도 했고 비판하기도 했습니다.(사회진화론에 대한 다윈의 선호-비호는 알수 없다는거긴 합니다만 사실 중요한 얘기는 아닙니다.)

생물은, 생물 속에 포함된 유전자는 어떤 의미이든지간에 자연선택에 의해 이기적인-심지어 그 것이 이타적인 것처럼 보일지라도- 성향을 띌 수밖에 없다. 진화론자인 책의 저자, 리차드 도킨스는 진화론을 긍정함에도 불구하고 사회가 추구할 목표는 진화론적인 아이디어, 적자생존과 약육강식같은 것이 아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진화론자중 많은 사람들도 그렇게 생각하는 것 같구요.

뭐 눈꼽만큼은 암울한 얘기가 된 것 같습니다만, 어찌되었든 책은 매우 재기가 넘칩니다.(진화론을 이런 방식으로 쉽게 설명한 책은 저도 여러 책을 읽어보았지만 이 책이 처음이었습니다. 3년 전에 읽을때나, 지금 다시 읽을때나 새록새록 더 재밌더군요. 1970년대에 출판된 책이 여전히 새로워보인다는 것은, 저자의 천재성과 우연이 결합된 결과로 볼 수밖에 없어요.)

사실 처음 읽은 초판에서 빠진 얘기가 좀 있기에 좀 그렇긴 하지만 진화론이라는 학문에 대해 접근하고 싶어하는 분이 있다면, 또한 경제학이란 학문과 경쟁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고 싶은 분이라면, 인문적인 영역에서 한번쯤 궁금한 분이 있다면 읽어서 괜찮은 책입니다.:)

다음편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의 삶은 왜 이기적인 방향과는 다른 방식. 공익을 위해 최선으로 이루어지는 방식으로 만들어져야 하는가, 그에 대한 저자의 주장과, 뭐 기회가 있다면 제 주장도 좀 이야기하도록 하죠.

이번편 마치고 다음편에 보겠습니다 :)


February 28, 2017 at 02:02P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