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좌] 외국계 완성차 3사('르쌍쉐')는 본사와 어떤 거래관계를 맺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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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성차를 한 대 만드려면 수없이 많은 종류의 부품을 필요로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자동차 산업에 있어 설비투자는 완성차 조립공장만큼이나 부품 인프라의 존재가 중요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런 이유로 글로벌 오토 메이커들의 해외 생산법인은 본사와 밀접한 거래관계를 맺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한국에 진출한 외국계 완성차 3사, 한국GM·르노삼성·쌍용차 또한 예외는 아닌데요. 이 회사들이 본사와 어떤 거래관계를 맺고 있는지 간단하게 살펴보겠습니다.

 

 

 

1. 한국GM

 

 



한국GM 같은 경우 거의 일방적으로 한국 법인이 글로벌 GM에 매출이 발생하는 구조입니다. 아쉽게도 손익계산을 세부 내역별로 공개하고 있지는 않은데요. 그래도 몇 가지 추측은 가능합니다.

 

먼저 한국GM의 2015년 매출은 약 12조였습니다. 그런데 특수관계사와의 매출이 8조였으니 전체 매출의 6~70%가 내부거래에서 비롯되었다고 볼 수 있지요. 반면에 매입 규모는 6,700억에 불과했고 GM본사가 한국GM에 제공한 차입금의 이자를 더해도 1조가 채 되지 못합니다.

 

이는 기본적으로 한국GM의 수출 물량이 GM의 해외법인을 거쳐서 특수관계자와의 거래로 계상되는 것이 일차적인 원인이겠습니다만 한국GM의 독특한 위치도 한몫합니다. 한국GM은 한국의 발달된 부품 인프라와 소형차 생산·연구기지라는 이점 덕분에 40만대의 완성차 수출 외에도 거의 100만대에 이르는 CKD(반조림 제품) 제품을 GM의 여러 해외법인에 수출하고 있습니다. 완성차 수출이 단지 회계 처리에서 비롯됐다면 CKD는 진정한 의미(?)의 내부거래 라고 볼 수 있습니다. 한국GM이 수출한 반조립 제품을 해외의 여러 GM 완성차 공장에서 조립하여 생산, 판매하는 형태니까요.

 

요약하자면 한국GM은 생산 기지로서의 정체성이 확고한 회사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글로벌 GM으로부터의 매입 중에는 부품 외에도 알페온 등 OEM 수입차의 몫 등 기타 비용도 존재할 테니, 부품 또한 대부분 국산화 되었다고 짐작됩니다.

 

 

 

2. 쌍용차

 

쌍용차는 굉장히 심플합니다. 한마디로, 모기업과의 매출도 매입도 극히 미미합니다. 

 

2014년 쌍용차의 매출은 3조 3천여 억이었는데, 매출이나 매입이나 100억이 채 되지 않습니다. 이는 쌍용차의 모기업인 마힌드라의 인도가 상대적으로 GM과 르노의 본사인 미국 프랑스에 비해 자동차 산업이 발달되지 않았고, 마힌드라 자체도 완성차 시장에서 인도 내수시장을 제외하면 그리 규모가 큰 회사가 아니기 때문으로 짐작됩니다.

 

 

3. 르노삼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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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흥미롭고 복잡한 거래관계를 보여주는 것은 르노삼성입니다. 르노삼성은 매입, 매출 양방향으로 상당한 규모의 거래가 발생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그 주체도 하나가 아닙니다.

 

먼저 기본적인 설명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한국의 르노삼성자동차가 포함되어 있는 르노-닛산 얼라이언스는 프랑스의 르노자동차와 일본의 닛산자동차가 주축이 되어 이루어진 자동차 메이커로, 생산대수 기준 세계 4위에 해당하는 거대 그룹입니다. 르노삼성 또한 일단 지분관계상 '르노' 계열에 속해 있습니다만 사실 닛산자동차와 더욱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습니다.

 

위의 2개 이미지가 매출이고, 아래의 2개 이미지가 매입에 해당되는 수치인데요, 간단하게 훑어보면 이렇습니다.

 

 

제일 눈에 띄는 닛산 북미법인에게서 발생한 2조의 매출입니다. 동시기 르노삼성의 매출이 5조 남짓이었다는 점을 생각하면 무려 전체 매출의 40%에 해당되는데, 이는 르노삼성이라는 회사에 대해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으셨다면 쉽게 짐작할 수 있듯 닛산 로그의 북미 수출 물량의 판매 금액입니다. 르노삼성은 14년 하반기부터 10만대 가량의 닛산 로그 북미 수출분을 위탁생산하고 있고, 이 생산량은 르노삼성 전체 생산의 절반에 가까운 수준입니다.

 

다음으로 큰 규모는 르노향의 8천여 억의 매출인데요. 사실 르노삼성의 수출의 거의 전부가 닛산 로그 위탁 생산분이기 때문에 르노향 매출은 저도 정확히는 모르겠습니다. 아마 완성차가 아닌 부품이 큰 비중을 차지할 테고, 일부 닛산 로그 수출물량 금액이 르노와의 거래로 계상되었을 수도 있겠는데 가능성은 높지 않을 것 같습니다.

 

르노 본사의 금융계열사에게서 1,500억의 매출, 그리고 르노 본사로부터 '연구용역' 명목으로 또 1,700억 정도를 수령하고 있는데, 경제지 기사를 찾아본 결과 르노삼성 측에서 내부 여유자금을 금융 계열사에 운영자금으로 대여하고 이자를 취득한다고 합니다. 1,500억은 아마 원리금 상환도 포함된 것 같고, 르노 본사에 대한 연구용역비는 르노삼성이 중형차 및 SUV에 대한 뛰어난 연구능력을 인정받아 르노-닛산 얼라이언스 전체에서 해당 분야의 연구를 담당하게 되었다는 소식은 꽤 유명합니다.

 

이 모든 내부거래 매출을 더하면 3조 2천억인데, 이는 전체 매출 5조의 60%를 훌쩍 넘기는 비중입니다.

 

 

 

매입 내역 또한 흥미롭습니다.

 

르노삼성의 경우 한국GM과 달리 부품에서도 내부거래에 상당히 의존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르노 본사, 북미 닛산법인, 닛산 계열 변속기 부품회사 등에게서 부품을 구매하고 있습니다. 전체 차량/부품 매입액이 1조 1천억에 이르는데, QM3의 스페인 공장 수입물량을 감안하더라도 적지 않은 금액입니다. 동시기 르노삼성의 원재료비가 3조를 조금 넘는 수준으로 아주 단순하게 계산해 보면 르노삼성의 부품 국산화율은 (QM3나 IT사용료 등을 감안했을 때)대략 70% 정도 수준에 그친다고 짐작할 수 있겠습니다.

 

 

 

 

 

 

이상으로 다소 난잡하지만 외국계 자동차 3사, 소위 르쌍쉐의 본사와의 거래 관계를 살펴봤습니다. 쭉 훑어보시면 알겠지만 한국 자동차 산업의 제조/부품/연구개발 역량은 만만치 않은 것이라서, 아예 거래 자체가 극히 미미한 쌍용을 제외하면 재화든 서비스든 한국이 공급자의 위치에 있다는 사실을 쉽게 파악할 수 있겠습니다.

 

 



January 31, 2017 at 03:22PM